세상이 바뀌었다. 뭔 새삼스러운 얘기라고.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소식을 알려줬다. 이 소식이 뭔고 하니, 한탄강 주상절리에 잔도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식? 그렇지. 일종의 뉴스. 예전엔 뉴스의 생산과 소비, 유통 방식이 입소문을 통하거나 올드 미디어(신문, 방송 등)를 통해서 가능했는데 요즘은 소위 SNS가 대세다. 이런 흐름이 바뀌려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기본 틀에 메타버스가 가미되는 정도. 메타버스? 한쪽에서는 "The metaverse is bullshit"이란다. 허튼소리라고? 메타버스는 허튼소리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용어가 얼마나 갈까? 생각해 보니 유튜브에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흐름이나 유행이 그리 잘못된 것 같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융합되어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면 항상 드러나는 일들이다. 그런데 한탄강 주상절리 얘기하다 딴소리? 알고리즘 때문인데, 그래 이 알고리즘 때문에 한탄강 주상절리에 잔도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가게 된 거고? 가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은 뭐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잔도 길이라. 철원 물 윗길과 함께 아니지 이 물 윗길과 연결되면 정말 멋진 트레킹 코스가 될 것이다.
알고리즘이 전해주는 세상 소식이 편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가 있을까? 암튼, 그래서 가본 잔도 길. 갑자기 드는 생각? 청계천이 그래도 만들어놓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던가? 이 잔도 길처럼 높은 고층 빌딩을 연결하는 잔도 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현실성은 없지만 그저 상상이라도 좋다. 어허, 또 딴 길! 철원? 그렇지.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한 땅이 된 곳. 겨울이면 엄청 춥다는 그곳이 겨울에는 물 윗길 트레킹으로 인해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데 여기에 주상절리 잔도 길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되겠다. 이곳을 걸어보려면 돈을 들여야 하는데, 무려 1만 원이다. 그 1만 원에는 5천 원짜리 철원 상품권이 포함된 금액이지만, 그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아니라면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 밥 한 끼 해결된다. 여기저기 걸어보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이런 아이디어는 이제 특별하지 않는 어느 지자체에서도 활용 가능해서 좋다.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표현이 이때 적합한 것일까?
잔도 길 인근 주차장과 잔도 길 주차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가장 먼저 드는 단점이라면 날씨가 아주 추울 때 걷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만 빼면 잘 만들었다. 편의시설도 좋고. 운동 삼아서 걷는 것도, 만약에 왕복을 한다면, 적극 추천할 만하다. 순담계곡에서 드르니 마을까지 3.6km. 참, 우리나라 말이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순담계곡이라? 드르니 마을의 드르니는 어떻고? 갑자기 들렀니, 가봤니라는 말이 연상된다. 주상절리 잔도 길 가봤니? 그래서 드리니인가? 잔도 길은 순담계곡에서도 그리고 드르니 마을에서도 시작할 수 있지만 주요 통로는 순담계곡이다. 이 계곡, 그렇지 계곡이다. 그래서 멋진 거지? 이곳부터 상류에 있는 고석정까지 1.5km가 한탄강에서 가장 멋진 대 나중에는 이곳부터 고석정 그리고 물 윗길이 시작되는 송대소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태봉대교부터 한탄강 계곡을 따라 걸어서 순담계곡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어쩌면 시발점이 200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것이 아닌가 한다. 참, 순담계곡(蓴潭溪谷)은 조선 정조 때 김관주가 이곳에 연못을 파고 순약초를 재배하고 복용한데 유래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관주가 누구고??
순담계곡에서 드리니까지 왕복으로 갔다 왔는데 당연히 그렇게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갈 때와 올 때 경치가 달리 보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을 한 번만 쓱 보고 가기에는 정말 아깝다. 내 다리 아직 튼튼하니 운동 삼아 걷기 정말 좋다. 실제로 운동도 된다. 잔도 길이니 당연히 평지 걷는 것과 유사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걷기 좋게 만들었다는 것 이상이다. 나름 오르막 내리막도 있고 중간중간 다리도 있고.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핵심은 잔도 길 그 자체보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이런 잔도 길을 만들지 않았으면 주상절리 계곡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괜히 지질공원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멀리 50 만년전 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인간 100세가 참 짧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코스가 제법 길다 보니 군데군데 휴게소(?) 만들어 놓아서 다리도 몸도 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은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
바위만 덜렁 하나 있을 줄 알고 가봤더니 정말 그랬다. 그런데 이름이 고석정이라? 정자가 주인공인데 이런 이런 정자 보고 여기 왔겠는가 싶을 정도로 정자는 형편없다. 최근에 만든 듯한. 그런데 고석정이라고 하면 일반명사처럼 이 근처 일 대를 아우른다. 고석 옆에 놓여있는 정자가 아니라 고석을 둘러싼 풍경 등을 고석정이라고 하는 듯하다. 그래야 말이 되는 거다. 국민관광지란 말은 뭐 때문인가 싶었는데 고석정 하나 보러 오기에는 주차장이 너무 컸다. 아마, 주변 시설 등등을 다 포함해서 그런 것 같았는데 여기에는 이곳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장소로 활용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 국민관광지라는 말 때문에 별로라는 선입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 수식어가 없어도 그 가치가 결코 작지 않다. 아, 국민관광지란 말은 말 그대로 국민관광지로 '지정'해서 그렇게 붙인 것이다. 그냥 고석정해도 된다. 충분하다. 그 가치가 그 바위가 말이다.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곳 고석정에서 상류로 2km 정도 올라가면 직탕폭포가 있었고 이곳에서 하류로 내려가면 순담계곡이 있다. 이곳 고석정이 어쩌면 한탄강 계곡 트레킹의 정수일 것도 같다. 이곳까지 물 윗길 트레킹이 연결되고 나중에는 이곳에서 순담계곡까지 물 윗길 트레킹이 연결된다고 하니 그럼 대략 8km 정도 걷는 것인가? 잔도 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다시 고석정으로 돌아보면 이곳이 조선 초 임꺽정의 활동 무대라고 한다. 갑자기 웬 임꺽정? 성호사설을 쓴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이 조선시대 3대 도덕으로 홍길동, 장길산, 임꺽정을 꼽았다던데, 그 임꺽정이 이곳에서도 활동했었다? 그러고 보니 괜히 국민관광지로 선정한 것이 아니구나. 그런데 누가 선정했는데?? 이런 스토리가 역시 있어야지. 그냥 경치가 멋지다고 강 한복판에 우뚝 솟은 바위 하나만으로는 뭔가 부족하지. 그런데 임꺽정이라?
오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니. 고석정이 철원의 9경으로 선정한 배경엔 확실히 이 바위 때문이다. 이 바위에 임꺽정이란 스토리도 덧붙인 것이고 여기에 물 윗길이란 트레킹에. 그런데 이 바위 그냥 바위가 아니다. 높이가 10m나 되니까 대단하다? 그런 것 같지 않고. 강 한복판에 10m 높이의 바위. 여기에 지질학적인 특성이 당연히 붙는데 이 일대가 남한의 유일한 현무암 분출지라고 한다. 아따, 현무암이 뭔 대수라고. 주변에 있는 화강암과 현무암의 차이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던데 그런 특성이야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이유일 터이고. 그런데 높이와 상관없이 이 바위 잘생겼다. 아, 고 녀석 잘생겼다고 하면 틀림없이 사내 녀석들한테 쓰는 표현일 텐데... 예쁘다고 하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잘생겼다. 현무암이건 화강암이건 강 중앙에 이런 바위라니. 결론, 이렇게 생각해 보고 저렇게 생각해 본 결론. 철원 여행, 멋졌다. 여기에 굳이 철새나 안보관광이 아니어도(enough is enough) 이 정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