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다.
젊음이? 온통 젊은이들 천지라서? 간혹 중년도 눈에 띄더구먼. 누가 세대별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홍대 입구 지하철역. 사실, 홍대 앞에서 앞의 의미가 바로 '앞'이라는 의미라면 거리가 멀다. 대학 교문과 말이다. 그런데 다 '앞'이라고 한다. 그래야 사람들 인식이 더 확실하다. 홍대를 상징하는 문화에서 홍대나 홍대역이라기보다 홍대 앞 아닐까? 그렇다고 홍대 뒤라고 하기에는, 그런데 건대 뒤라고는 할까? 홍대역으로 인해 서울교통공사가 더 장사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아무래도 주말이나 연휴 전날 엄청 많은 사람들이 홍대로 몰리니. 요즘은 돈을 더 주고 지하철역 이름에 광고를 한다. 그만큼 효과가 클 것 같다. 홍대역 입구도 온통 광고물 천지다. 상업화가 심화되니 세상이 달라진 건데 그래서 얻는 비용으로 노약자라던가 어르신들 지하철 비용을 얼마라도 보존했으면 한다. 전 세계에 이렇게 싼 가격에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던가. 서울의 지하철 시설, 좋은 건 좋은 것이다.
그런데 가보니 홍대역 입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넘친다. 그 많은 사람들, 서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숱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서로 찾을지 궁금해진다. 마스크를 써도 알아본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서로 아는 사람은 알아볼 테니 옛날처럼 무수히 많은 사람들 얼굴을 다 쳐다볼 시간 낭비는 줄일 수 있어서 마스크 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우선, 이곳 상권이 상당히 넓게 광범위하게 퍼진 것 같다. 워낙, 예전에도 홍대역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오갔으니까. 어디선가 신촌의 상권이 이쪽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신촌 상권이 죽었다던데 코로나가 직접적 원인인지 그 인과관계를 고민하진 않았다. 신촌에 간 것이 아니니. 그러고 보니 신촌이란 단어도 뭔가 낯설다. 좀 지난 회한이라고 할까.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나이 가늠이 안되지만 그냥 어려 보이거나 대부분 20대? 여기에 외국인들이 눈에 그렇게 많이 띈다. 그저 다들 놀러 나온 것 같다. 이미, 세계적으로 한국 하면 홍대 앞이 핫플레이스 아니던가? 하루 즐겁게 마시고 춤추고 놀더라도 내일이 또 오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놀지 않던가. 내일을 신경 쓰고 걱정하면 이미 어른이지. 이런 게 젊음을 말하는 것은 특성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그저 하루 즐겁게. 이런 생각이 나쁠까? 하루 즐긴다는 의미가 약간 퇴폐적일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홍대 앞에서 무슨 세기말적 현상이나 시대를 거스르고자 하는 흐름이라도 생기는 것일까? 정말, 그런 장소라고? 젊음의 해방구? 홍대 앞이 무슨? 전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인상기를 남기자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몸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흠, 문신 혹은 타투라. 이게 무슨 새로운 사조? 글쎄, 어떤 정당인이 타투를 자유롭게 허용하자고 했던 것 같은데, 심하게 타투를 한 사람들 보고 당신 더 늙어서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때 그 타투가 멋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면 꼰대가 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헤나(henna)가 났지 않을까? 헤나는 지워지지 않나? 타투 문양이 지겨우면 다른 것으로 다시 해도 되고. 지워지는 헤나가 좋지 않을까? 타투나 헤나가 하나의 유행, 패션으로 자리 잡은 것에 뭐 불만이 있을 수 없지만 시류와 유행에 쉽게 몰려 나니는 우리네 습속을 지적해 보면 어떤 시대 트렌드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좇아가는 것은 그저 그렇다. 정하고 싶으면 지워지는 헤나를 해서 몸에도 이롭고 유행도 뒤처지지 않는 게 좋을 듯한데, 여기까지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도대체 몇 년 만이던가. 이곳에 온 것이.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이곳에서 만남을 섣불리 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홍대 앞은 이미 누군가에게는 젊음을 드러내는 성지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달라지는 세대 간의 단절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장소가 된 것도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곳을 싫어해서 일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도 꼭 술 한 잔이 아니라 차 한잔해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선남선녀가 더 많기에 그런 곳에 더 가려는 게 당연한 욕구일 텐데, 이미 휑하게 지난 시간들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는 아닐는지. 그러고 보면 참 생각이란 것을 제대로 밝고 생기나 게 하지 않으면 생각 그 자체도 고리타분해질 수 있겠다. 그래서 가보니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것 같지 않았다. 생기 넘치는 젊음이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패션이나 유행에 민감한 게 젊음의 특성일 수도 있겠으나 그게 결국 일시적이라고 한다면 좋을까? 그래서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듯한데, 그걸 누가 판단할까?
그래서 생각난 결론. 세대를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다 똑같다는 것. 그 젊음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왔었다는 것. 시대의 차이 때문에 향유하는 내용과 문화가 달랐을 뿐. 뭐, 홍대 앞에 한 번 가보고 뭔 거창하게 떠들까만은. 그저 무수히 눈에 띄는 액세서리와 타로 가게, 여기저기 장사가 다 될까 생각하게 만드는 엄청난 술집들. 여기에 음식점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런데, 걱정 마시라. 알아서 잘 돌아간다. 시대가 세대가 달라져도 생각해 보면 그땐 얼굴만 달리했을 뿐 다 비슷했기에. 당신도 한때는 그러했다가 답이다. 여기서 그러했다의 구체적인 내용을 빈칸으로 두자. 사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오랜만에 홍대 앞에 오니 분위기가 젊고 싱싱한 것은 맞다. 오가는 사람들이 횟집 수족관에서 가장 신나게 돌아다니는 고등어같이 보였다, 마치. 사람이 많이 모이든 말든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들과 옆 버스킹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진행 실력도 뽐내고 흥미롭다. 남을 덜 신경 쓰는 듯한. 그런데 말이다. 그 시각 그 장소에서 7080 가수들이 그들 노래로 버스킹을 했으면 어땠을까? 실험카메라를 해보고 싶다. 아님, 7080 가수들이 최신 트렌디한 음악을 부르면 어땠을까? 그럼 홍대 앞이 홍대 앞이 아니라고?
뭔가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단발성 방문으로 홍대 앞을 설명하는 어리석음이야 당연히 예측했지만, 제대로 된 클럽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술 한 잔 마시고 몸 흔드는 거야 어디서든 해볼 테고, 그래서 그 클럽 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심사인데 여전히 홍대 앞이 새로운 트렌드와 패션 등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체가 전체 유행을 이끄는지는 단언하기도 어렵거니와 우리 때도 그랬다는, 그래도 누군가 그곳을 찾고 즐기고 배설하고 시간을 보내겠지. 그래서 크게 보면 멀리 보면 별로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먹고, 마시고, 싸고, 즐기고, 놀고, 떠들고...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