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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May 19. 2022

서울 여행 - 을지로, 힙지로? 힙하다고??

을지로가 힙지로란다. 힙지로? 힙(hip) + 을지로. 누군가 조어를 참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느낌이 찰떡같다. 힙지로라는 단어가 입에 착 붙어서 찰떡같다고 표현한 것인데, 힙지로의 주역인 젊은 세대가 찰떡을 좋아할까? 분명한 것은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확실히 힙지로를 누비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찰떡같이, 매우 만족스럽고 확실할 것 같다. 자기 충족감 혹은 자아 효능감(self-efficacy)이 쑥 상승하겠지? 암튼, 그런 힙지로에 가봤다. 그전에 힙이 뭔 뜻일까? 힙하다. 생각해 보니 힙이 그 힙, 엉덩이를 말하는데. 힙하면 정말 내가 힙해지는 것 같다. 힙이라고? 엉덩이 같다고? 이때 힙은 틀림없이 "유행에 밝은"이란 의미일 것이다. 재는 힙해, 혹은 재는 힙한 애야 하면 재는 센스가 있고 유행에 민감해라는 정도! 힙하다의 힙이란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사용해야 할 것 같지만, 내가 문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어 연구자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힙'하고 대충 넘어가면 좋으련만. 그래도 계속 떠오르는 궁금증. 언제부터 여기 을지로가 힙지로라고 불린 것일까?



을지로 하면 참 길다. 긴 지역을 다 포함한다. '로'가 길이니 길 따라 숫자를 붙여서 전체 을지로를 말하는데 그게 7까지다. 을지로 7가까지 있다는 말이다.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늘어선 동네가 다 그 동네일 텐데, 거꾸로 그 동네를 따라 을지로 노선을 만들었겠지. 이게 정답일 듯하다. 여기에 힙지로는 을지로 전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마치, 을지로 골뱅이 골목 하면 을지로 전체가 골뱅이를 파는 곳으로 알 텐데 마찬가지이다. 그런 힙지로에 그것도 대낮에 가봤다. 저녁에 가봐야 진면목을 안다고? 뭐, 맞긴 맞다. 저녁에 가봐야 젊은이들이 모여는 음심점 등을 알아볼 텐데. 네온사인 등 재기 발랄한 간판과 인테리어 등이 확연히 드러날 텐데. 점심시간은 주변 직장인들의 식사 장소와 겹쳐서 딱히, 힙하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뭐, 간간이 길게 늘어선 음식점 앞 손님들이나 이름이 특이한 간판 정도가 여기 힙지로예유 라고 말할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에 가도 대략 알아볼 수는 있다. 힙한 게 힙한 티가 나지 않으면 힙지로던가.



이 주변은 요즘이 아니라도 예전부터 맥주에 골뱅이 안주로 유명한 곳이다. 서울 백병원 옆 동네. 을지로 골뱅이 골목. 그 골목 건너편에 힙지로가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 역 11번 출구로 나가면 되는 곳. 아니면, 지하철 3호선 쪽으로 걷다 거리 표지판이 을지로 12길이라고 하면 들어서면 되는 곳. 물론, 이건 어디까지 지하철을 탄다는 전제고 또한 그렇게 설명해야 쉬우니까. 너만 모른다고? 흠, 그렇긴 했다. 잘 몰랐다. 이곳 일대는 예전부터 많은 인쇄소들이 몰려있는 골목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가보면 여전하다. 많은 출판 인쇄용 기계들이 돌아가고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에 이곳에서 충무로까지 자리 잡은 회사들로 인해 평상시에도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사실, 을지로는 조명 가계, 전자부품 가계, 공구 가계에 인쇄 가계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곳이다. 잠시 딴 길로 가면, 인터넷에서 인쇄골목이라고 치면 멋진 인쇄기들이 주인공인 사진들도 나온다. 사진작가들이 보기에 을지로 주변 인쇄소와 인쇄골목 자체도 멋진 소재로 보이는가 보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힙지로, 지리적으로 더 정확히 표시하면 을지로 12길이다. 이곳이 바로 핫플레이스, 힙지로이다.



옳거니. 약간 실마리가 보인다. 핫플레이스. 힙지로의 힙은 바로 핫한 곳이다. 거창하게 시대를 앞서가거나 거스르거나 하는 것이 아닌 인테리어가 특이하거나 예쁜 가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애초에 힙하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지양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었을까? 여기에 힙하다는 주류와는 '다른'에 더 초점을 맞췄을 텐데. 요즘 힙하다는 트렌디 하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그런데, 크게 생각해 보면 그간 출판 인쇄업이 중심이었던 골목이 예뻐지고 특이해진 것으로 보면 크게 힙하다는 의미와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애초 힙이 영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힙이라는 단어도 한국에 들어와서 많이 달라지고 변형된 단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을지로 12길은 힙한 골목으로 변했다. 그래서 힙지로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이 어느 순간 힙지로로 뜨게 된 배경이 뭘까? 대략 추측건대 인쇄 출판업이 사양산업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책을 읽는 인구가 워낙 줄어들기도 하지만 종이가 아니라도 문자나 활자는 살아남을 수 있기에. 더불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쇄 출판업을 유지하기도 힘들었겠지만, 인쇄 출판업이 유지되었던 배경이 임대료가 쌌기 때문 아니었을까? 꼭 집어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인쇄와 출판에 종사하는 분들이 어느 시점부터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졌고, 점차 늘어나는 공간에 그래도 여전히 싼 임대료로 인해 음심점들이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음식으로 하나하나 가계를 얻어가면서 힙지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는지. 여기에 인쇄골목 특유의 모습, 기존 건물 등을 새롭게 짓은 것이 아닌, 그 자체가 인테리어가 돼서 여기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예쁜 혹은 개성 넘치는 간판과 인테리어로 인해 묘한 균형과 조화가 이뤄져서 힙지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는지. 경치침체라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관점을 달리하면 도시재생이란 면에서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싼 임대료라는 장점이 얼마나 갈는지. 서촌, 경리단길, 가로수 길 여기에 이태원 등등 이런 현상은 이젠 일상이 된 흐름. 그래서 빨리 가서 신나게 즐기자고?



확실한 것은 힙하다는 것이 올드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애초 힙의 의미를 되살려 시대를 거스르는 혹은 주류에 반하는 그런 문화를 주창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문화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고민한 적도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 주류문화에 반하는 문화가 뭐가 되어야 하는지도 심사숙고한 적이 없다. 애초 유행이란 것이 정확히 '트렌디'하다는 것 바로 '그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던가? 그것? 뭐? 곧 바뀔 수 있다는. 우리의 취미나 취향 등이 바뀔 수 있다는. 그렇지만 여전히 유행에 편승한다고 해도 다양하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획일적이고 매일 뻔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다른 문화를 겪으며 다른 생각과 사고를 수용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 가........ 또 삼천포다. 그냥 낮이건 저녁이건 힙지로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즐겨라. 그럼 모든 게 만족이다(everything is fine or enough is enough).


https://www.youtube.com/watch?v=zQAx89D4e8s&ab_channel=AmericanSongCon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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