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상권이 위축되지 않았다는 연남동.
젊은이들이 얼마나 몰리기에 진작에 궁금하기는 했다. 가볼 필요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뤘다. 누가 여기서 보자고 약속 장소를 정했다면 벌써 가봤을 동네. 어디선가 뒤져보니 연남동 주민인 듯 연남동이 저녁만 되면 술판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민원을 넣었던 것을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주택가가 상업화되면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나 보다. 그렇지. 그 상권이란 것이 꼭 술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와서 얼핏 본 느낌으로도 먹고 마시고 노는 공간이 먼저 보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경의선 숲길 전체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직 연남동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술집, 술판, 이로 인한 부작용. 이게 연남동의 전부였을까? 우선, 소박하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뭐와 비교해서 소박했을까? 아무래도 홍대 앞이겠지. 같은 지하철 2호선 홍대역이지만 출입구가 달라서인지 분위기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크게 보면 젊은이들이 갈 곳 모르지 않게 오가는 것을 본다면 여기나 거기나 다르지 않은데 이곳이 홍대 앞과 확연히 다른 면도 있다.
우선, 연남동에는 '경의선 숲길'이 있다. 글쎄 그게 정말 숲길인지는 생각해 보게 된다. 숲길이라고 표현하니 숲길이지만, 서울에 그 정도 나무와 얕은 개울이 있는 곳이 어디 그리 쉽게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숲길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경의선 그 이름에 초점을 맞춰보면 경의선은 경성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철도라는데, 당시 철도가 경성 - 서소문 - 아현리 - 신촌으로 이어졌고 이 길이 그때 있었던 경성 순환열차(京城循還列車)와 연결도 되었었나 보다. 경성 순환열차는 경성역을 출발하여 서대문, 마포 일대를 거쳐 용산역이 종점이던 열차라고 한다. 지금은 경의중앙선이 홍대 앞을 지난다. 지금 불리는 경의선 숲길은 찾아보니 전체 3개 구간으로 나눠져있다. 연남 사거리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연남동 구간이고, 홍대 앞 와우교에서 서강대 역까지 숲길이 와우교 구간, 마포구 신수동, 대흥동, 염리동 일대가 그 나머지라고 하는데, 전체 길이가 그리 길지는 않더라고 대략 연남동 하면 홍대역 3번 출구 주변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동네이다.
뭐가 핫할까? 그저 지나가는 그저 설렁설렁 지나는 객으로는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여기가 그리 뜰 이유가 뭘까? 지하철 입구에서 볼 때 경의선 숲길 왼편은 주택가이고, 그곳에 당시 흘렀다는 개천을 모방해서 세교천을 만들어놨다. 얼핏 보면 보통의 동네인데 여기에 경의선 기찻길을 연결하니 새로워진 것이다. 다른 동네에서 볼 수 없는 풍경. 그런데 여기야 근처 직장인들이 가볍게 산책하면서 차 한 잔 마시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핫하다니. 부랴부랴 지도를 찾아보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바로 오른쪽인 것이다. 기사식당 거리인가? 그쪽 동네 골목골목이 기존 주택가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작은 가게들이 올망졸망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 몇몇 가게들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뜨면서 더 연남동을 연남동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골목골목을 새로운 상권으로 개발된 배경이야 어디 의도해서 된 것일까? 그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그들을 유인하는 가게들 때문이면서 그래서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란 생각. 그런데 이곳에 오는 이들이 마스크를 다들 써서 정확한 나이가 가늠이 안되지만 그저 보이는 모습으로만 보면 사회 초년생들과 대학 저학년들? 아니면 발육이 좋아진 고교생들 아닐까?
이렇게 핫한 곳으로 소문나면 가장 먼저 부동산 임대료가 뜰 텐데 그건 여기서 논외다.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것이 이곳의 상권이 아주 좋다는 것 정도면 충분할 터. 그러고 보니 같은 서울이지만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는 것 같다. 우선, 누구나 익숙한 북촌과 서촌이다. 북촌과 서촌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한옥이다. 북촌이 다 알다시피 고급스러운 한옥이 많다면 서촌은 좀 더 서민적이고 소박한 형태의 한옥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익선동을 더해도 그 공통점이 달라지지 않는다. 익선동의 한옥은 서촌과 가까운데 핵심은 그 한옥을 두고 벌어지는 골목길 풍경이다. 한옥과 골목길. 그런데 연남동은? 한옥이 밀집한 지역도 아니고 주변에 미술관 등의 문화자산이 많지도 않고, 앞에서 언급한 철도 길이란 이색적인 풍경을 제외하면 그냥 그런 주택가일 텐데 이곳에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보다 요즘 젊은 세대가 뭘 원하는지 그게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뭘 그렇게 갈망할까? 앞에 연남동이 술판으로 인해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마, 경의선 철길이 주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한몫을 한 것은 분명한데 그것은 시발일 뿐 친한 친구들이 술 한잔하면서 회포를 부는 동네로 변한 것은 홍대역 2번 출구로 알려진 홍대 문화 때문인 것 같다. 홍대 문화의 연장이지만 그와 다른 색다른 감성을 추구하는 요구가 분출된 것은 아닐까? 홍대 앞이 버스킹과 클럽 문화로 대표되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고 여기에 일부 남녀의 몸에서 보이는 타투가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면 연남동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건물 전체를 펍이나 음식점으로 만든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박하다. 골목골목 평범한 동네에 작은 카페나 음식점, 소품에 가까운 액세서리 가게 등등 그 자체만 본다면 서촌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서촌이 좀 더 문화친화적이라면 여긴 좀 더 유흥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저 휙 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이란 게 대부분 정확하지 않아서...
아, 경의선 숲길 왼편은 아파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오른 편은 평범한 주택가 골목 그 자체다. 갑자기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건지. 지금까지 연남동에 대해 떠들어놓고. 새삼스럽지 않은 것을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하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이런 것이 이곳의 특성일 듯하다. 조용한 주거지와 변하는 상업 공간과의 혼재. 좁은 골목길. 곳곳에 단골이 아니라면 찾아 기기 힘들어 보이는 가게들도 있고. 또 생각해 보니 먹거리도 이곳을 만든 대표 주자인 것도 같다. 기사식당 거리라니. 당연히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인테리어. 그리 크지 않은 펍에서 맥주나 술 한 잔.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들의 습속들이 항상 멋지고 세련된 장소만을 찾는 것 같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세상에서 이미 이름이 난 장소 이름을 갔다가 붙인다고 그곳이 될 리 만무하지만 '연트럴 파크'란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것으로 봐서 사람들 머릿속에 이미 자리잡은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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