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 이게 무슨 줄일까? 연주대 가는 줄일까? 관악산 정상석 앞에 길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다. 뭔 일일까? 연주대 가서 부처님께 불공드리려는 줄일까? 그런데, 줄 선 사람들이 다 젊다. 거의 20대 정도. 뭔 일? 지나다 옆에 있는 아가씨한테 물어봤다. 얼핏, 한 시간 어쩌고 하는 것 같아서. 설마 하면서 이 줄 연주대 가는 줄이냐고 물어보니 그 젊은 여성 앞뒤로 선 다른 여성들이 깔깔댄다. 그중 한 여성 왈, 아니란다. 좀 앞으로 가니 모든 전모가 드러났다. 관악산 정상석 앞에서 인증 사진 찍는 줄이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 앞에서 서서 찍어도 인증이 될 텐데. 굳이, 꼭 정상석 앞에 붙어서 찍으려는 것이다. 그 사진 찍으러 그렇게 기꺼이 기다리다니. 뭐, 내가 줄 서는 것도 아닌데. 남이 자기 품 들여 찍는다는데, 뭔 상관이람. 그런데 관악산 높이가 얼마더라? 결국, 정상은 사람들로 꽉 들어섰다. 사람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닌데, 다행히 전체 산행 일정 중 연주대와 정상 부근만 많은 사람들이 우글 우글 거린다. 대략 서울대 방면에서 그리고 사당 방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오래간만이다. 정상을 밟다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좀 웃기다. 오래간만이라고? 몇 주전 신림동에서 버스를 타고 관악산을 넘어 과천으로 넘어오지 않았던가. 그땐 일행 눈치 보느라 정상을 가자고 못했는데, 이번엔 친구가 과천에 온다고 해서 시작한 관악산행. 원래는 청계산 가려고 한 것인데. 결론, 사람 때문에 악 소리 난다. 악산(岳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 많아서 '악'소리가 난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들이 이번에만 그랬던 것 같지 않다.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 달라진 것이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옷차림도 편안한, 등산복이 아닌, 일상복에 가까운 복장. 세상이 바뀌긴 바뀐 것 같다. 아니지, 세상이 바뀌긴. 젊은이들 취향과 취미가 바뀐 것이지. 세상은 그대로인데 그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인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이 달라진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산들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최근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발생한 기간도 2020년부터 계산하면 벌써 벌써 3년 정도 지난 것 같다. 에게, 겨우 3년 정도 지났을까? 그런데 체감하는 시간은 더 오래된 것 같다. 익숙해진 것일까? 코로나에 익숙해지니 코로나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더 오래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빨리 옛날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람만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기는 한다.
처음에는 청계산을 가려고 했다. 그러다 관악산으로 일정을 바꾼 것은 전적으로 친구가 너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해서 정했다. 육산인 청계산이 무릎관절에도 좋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에 원래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이유? 지난번 관악산을 넘어서 과천으로 올 때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날은 오늘처럼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연 하지 않았다. 그냥 맑았다. 청량했다. 그때 느낀 감성을 이어가려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영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도 와보니 사람들이 많다. 마스크를 써서인지 미세먼지가 이제 두렵지 않은가 보다. 관악산도 산인지라 어느 쪽에서 시작할까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져보기도 했다. 그래도 등산로가 여러 개다. 이 말인즉, 관악산도 꽤 크다는 의미이다. 사실, 관악산은 오래전 그저 말 그대로 동네 뒷산처럼 쉽게 여기저기 둘러보던 산이다. 그래서 정말 오래간만에 제대로 둘러보고 싶었다. 그것도 오래간만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사는 일로 인해 지방에서 일하다 다시 과천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길게 걷고 싶었다. 관악산 종주라고 표현하면 이상하려나? 더불어 지난번 친구와 안산, 인왕산과 북악산 일대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때 점심 식사를 제대로 대접받아서 그대로는 아니어도 적절하게 대접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좀 시간 들여 힘들게 걷고 싶었다. 그래서 걸은 코스는?
이왕 하는 등산 제대로 해보자고 시작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시작했다. 내려올 때 능선으로 내려와서 중간에 과천향교로 빠지는 코스. 몇 시간 걸렸을까? 기억이 없다. 그저 시작한 시간이 대략 아침 8시경인 것 같고. 내려오니 오후 2시경 정도. 오호, 산에서 6시간이나 있었군. 이건 내려와서 얘기고. 들머리는 화학융합시험연구원 쪽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대략 문원 폭포로 방향을 잡았는데, 폭로라? 참 이게 폭포라니. 물이 없다. 가뭄인가 보다. 언론에서 가뭄이라고 떠들었던가. 갸웃갸웃.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관악산에서 불이 났다. 기사를 뒤져보니 5월 17일이다. 관악산 깔딱 고개라던데, 그날과 그다음 날까지 과천 시내에 소음이 가득했다. 헬리콥터가 정신없이 관악산과 서울대공원을 오갔다. 산불진화를 위한 물은 대공원 인공 호수에서 날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 좋아졌다. 헬기로 불을 끄고. 다행히 서울대공원 호수에서 관악산까지 가까우니 그나마 다행이지. 의식하고 인터넷에서 봄 가뭄이라고 쳐보니 정말 봄 가뭄이 심하다. 그런데, 매년 매번 그랬던 것 같다. 기후변화 때문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습속이 달라진다는 것은 굳이 시간을 느끼지 않아도 주변에서 주는 변화가 더 빨리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레깅스. 아마, 여기서 여성들이 산에 올 때 레깅스 입고 올라오는 그 자체를 비판하면 아마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그만큼 젊은 여성층에선 이게 이미 자리 잡았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면 레깅스는 실내에서 운동할 때 입는 운동복 아니던가. 뭐,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것, 누가 입든 말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민망하다. 옷을 입으면 여성임을 더 드러나게 하는 옷에 대해 평가할 입장도 아니고 판단 그 자체도 보류다. 일부 남성들은 눈이 즐겁다고 하겠지만. 하고픈 말은 여기서 우리 문화나 취향이 쉽게 드러나고 몰려가는 듯한 그래서 쉽게 남들도 하니 따라 하기는 좋겠지만, 개성은 부족해 보이는. 더 이상은 무리다. 오늘 주제와 벗어나기도 하지만, 이런 내용을 주장하기에도 벅차다. 왜냐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실상은 이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해보면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좀 더 좋아하려는 소시민 입장에선 거시기하다. 근데 이때 거시기가 뭔고?? 좋다고? 굳이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신경 쓰지 않고 싶다, 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고, 남 의식하지 않는 사회 변화를 거스를 명분도 없고. 그저 각자 알아서 산을 즐기면 좋을 뿐이다. 산행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목적이면 그렇게 산에 가면 된다. 남들도 그럴 것이다. 애초, 산이 뭐라고 하던가. 산은 산일뿐. 그래서 산에 다시 갈 것이다. 산 보러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0k6qmN5rgs&ab_channel=40Fin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