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올해 나이 61세이다. 작년 나이가 61세라고 주장하다 올해 그의 나이가 정부가 새로 정한 방식으로 61세라는 사실을 믿지 않아 그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는 그의 나이가 줄어든 것을 알고 좋아했다. 그러니 올해 그의 나이는 61세이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올해 나이가 61세인데, 그에게 아내가 있었다. 지금 아내는 그의 나이 17세에 방년의 여성과 결혼했던 그 여자는 아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나이 61세인데 17세에 결혼한 여성과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년의 여성인 그의 아내가 그보다 더 어린 그를 이용해 먹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올해 61세인데 결혼은 불행했다고 말해서 행복이발소 이발사 J에게 이혼한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자기가 알고 있는 원래 나이보다 한 살 줄었다고 처음엔 믿지 않다가 나중에 좋아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젊은 나이에 결혼한 방년의 여성과 이혼을 했는데, 여자한테 이용을 당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나이가 한 살 줄어드는 걸 이해하지 못하다 줄어서 좋아하는데, 그는 17세에 만나서 결혼한 여자가 자기를 이용했다고 아직도 생각했다. 새롭게 결혼한 여자와의 나이가 24살이나 차이가 나서 이번엔 듣는 내가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결혼을 했는데 젊은 아내와 24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말해서 믿기지 않았는데 그가 나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의 나이는 지금 61세인데 17세에 방년의 여성을 만나 결혼을 했다 이혼을 했는데 불행했다고 말했다. 그때 아내가 그를 이용해 먹었다고 아직도 그가 믿고 있었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의 나이는 지금 61세이고, 아내와의 나이가 24살 차이가 나는데 지금 아내와 툭하면 싸운다고 말했다. 오늘 가보니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분명히 가게 사장인데,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한테 타박을 당하는 것 같아 믿기지 않았다. 여자가 종업원인지 믿지 않았더니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그런 나를 이해시키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랬다. 행복이발소 이발사 J는 나이가 올해 61세의 남자인데 자기를 이용해먹었다고 믿는 전처와 이혼을 하고 지금 자신에게 타박을 하는 종업원과 결혼을 했다. 서로 나이가 24살이나 차이가 나서 이를 믿지 않는 나를 이해시키느라 이발사 J는 애를 먹으며 머리를 깎는데 걸린 시간이 총30분이었다.
평소 10분이면 끝나는 내 머리를 그날은 그렇게 걸려서 행복이발소 이발사 J가 머리를 깎았다. 앞에 너절하게 중복한 문장은 그가 30분 동안 커트를 하면서 떠벌린 얘기들을 나열한 것이다. 행복에 겨워 내뱉은 중언부언이 얼마나 예쁠 수 있는지 알게 해준 이발사에게 오히려 감사해야할 것 같다. 굳이 저렇게 표현을 한 것은 어떻게 하면 지난 30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시도를 해본 것이다. 머리를 깎는 30분 동안 모든 대화를 기억할 수 없으니 그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대략 그가 말한 말 중 핵심을 정리하면 그렇다는 말인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지난 30분이 어땠는지 눈으로 보인 걸까?
그날 이발소에는 나포함 3명이 있었다. 사장이면서 이발사인 J와 종업원인 여성 1명. 의자에 앉을 때 얼핏 사장이 여성한때 뭐라고 했는데 답변이 시원찮은지 사장이 직원이었으면 벌써 잘랐을 거라고 말하면서 사장의 길고 긴 말이 시작되었다. 손님이지만 내 머리를 깎는 사람은 사장이라서 굳이 사장한테 밉보일 이유가 없기에 그냥 들었다. 머리를 깍은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발사한테 다시 말해서 맘에 들 때까지……. 라고 안내판에 적혀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소심해서지만 어떤 소소한 기억도 한몫했다. 어느 날 이발소에 갔는데 그날 불행이도 나를 상대한 이발사는 수습생이었다. 머리를 다 깎았다고 말해서 안경을 쓰고 정면 거울을 보니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짝짝이 내 얼굴이 원인이지만 이발사란 자고로 그걸 맞추는 것이 직업 아니던가. 맞춰달라고 했더니 계속 짧아지는 머리카락만 바닥에 수북이 쌓였고 결국 양쪽균형은 맞춰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단골이발소를 정하고 단골이발사한테 머리를 맡긴 후 그냥 익숙해지기로 했다. 그것이 편하니까. 잘 깎아도 잘생겨지지 않는 얼굴이나 탓해야지 하면서. 지금 이발사를 단골로 삼은 건 그런 배경이 있었다. 다행이 지금 이발사는 이발경력이 40년을 넘은 베테랑인데 뭘 더 바랄까?
그의 장광설이 시작된 배경엔 그날이 공교롭게 공휴일이었으며, 장소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영업을 하는 곳이라서 손님이 없으니 사장은 무료했을 것이다. 그건 그의 탓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날 상황이 내가 거미줄에 걸린 파리 한 마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그는 몰랐을 것이다. 머리를 맡기고 30분간 그의 얘기를 들어준 정확히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골이니까. 알아서 깎아주니까. 머리를 어떻게 깎을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공휴일에 장소도 시내 한복판인 그곳에 사장도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발소 문을 연 이발사 J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했다. 그날이 이발소 영업일이니까. 그나마 손님이 없어도 종업원과 함께 있으면 혼자는 아니기에. 다행이 종업원이 자기 아내라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공휴일이라도 영업일이기에 다른 이발사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까지.
아무튼, 그날 난 나를 잡아먹으러올 거미를 기다리며 거미줄에 걸려있었으니 때론 한탄조 같은 때론 행복해하는 그의 말을 자를 수 없었다. 난 이발사가 아니라서. 흥분해서 머리를 망칠까 불안했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기꺼이 들어주는 척을 하긴 했다. 남의 말을 듣는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기에 혹은 행복에 감염되면 좀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평소처럼 거울에 반사된 시계를 힐끔힐끔 이발사 모르게 쳐다봐도 시간은 똑같이 흘렀다. 시간아 어서 가라고 빌면서 귀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어도 추임새를 끊을 수는 없었다. 약자는 어쩔 수 없다. 가위는 그가 쥐었고, 그는 머리를 깎는 이발사라서. 그건 내 몫이 아니니까. 암튼, 아는 체 듣는 체 친한 체를 하느라 30분이 걸렸다. 평소 30분이 지나면 분노게이지가 임계치를 넘어 분노조절장애자 헐크가 되어 천박한 비속어를 남발하건만, 그날은 그렇지 않았으니 나로선 천만다행이었다.
사족. 이글을 쓰게 된 배경은 따로 있었다. 샌드라 거스(2021)가 그의 책 “묘사의 힘(2021)”에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일갈하는데, 이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덕목이라서, 이발사가 30분 동안 떠들면서 들어낸 그의 행복을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을까를 목표로 쓰다 삼천포로 빠졌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계산을 해주던 베트남여성이 지금 사장의 아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다니. 낯선 타지에서 많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아내를 바라본 덕분에 행복이 별건가 라는 생각은 부수입. 계산하고 나오는데 여전한 부부의 티격태격이 귀전을 떠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