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 광화문 광장
여름, 광장
광화문 연가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연가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이문세가 부른. 봄날, 꽃향기에 끌려 맺은 추억이 생각나면, 다시 겨울 광화문에 찾아온다는. 추억의 시작은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 같은데, 그래서 그리워지면 광화문 네거리에 온다니. 곡이 좋아서, 가사 내용을 굳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략 광화문 연가의 대상은 광화문 일대를 말하는 것이겠지? 광화'문'이겠어?
연가라? 이때,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을 연가라고도 하니, 광화문에 대한 곡일까? 한 번쯤 들었음직한 이 곡 들으면 광화문 떠올릴 것이라고. 그런데 광화문 연가라고 하니, 광화문에 대한 연가가 아니라 광화문 지역에 대한 연가겠지. 광화문의 '문'에 대한 연가겠는가? 그러고 보니 문에 대한 연가라고 하니 웃기다. 문을 잡고 대성통곡을 할 수는 있겠는데, 문에 대해 연모의 정까지야.
경복궁의 남쪽에 있는 정문. 광화문. 이때 광화는 임금의 큰 덕이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라는데, 글쎄, 임금의 큰 덕은 잘 모르겠고, 권력의 영원한 반대편 백성들에게 해나 끼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덕을 베풀거니 보여준 왕이 있었던가? 지장보다 덕장이 우선이지만... 제대로 된 지장이라도 우리 정치사에 있었던가? 지금, 정치 얘기하려고? 그럴 리가? 덥다. 더워. 날씨도 더운데 말이다.
이 여름, 땡볕에 광화문에 간 것은 지난 방문 날 날씨가 흐려 사진을 다시 찍을 필요도 있었지만, 그보다 애들 노는 모습 사진에 담고 싶어서 갔다. 인터넷에서 광화문 광장이라고 검색해 보니, 다 떠나서 애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갔더니 애들이 역시 물놀이가 한창이다. 애들이 왔다는 것은 부모와 조부모 정도는 보호자로 왔다는 의미인데, 그들 대부분 어디서 온 거지? 집이 어딜까?
광화문광장을 만든다고 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하기는 싫고. 그냥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서 갔는데, 뭔가 좋아진 것 같기는 하다. 그걸 숲이라고 하기에는, 그런데 나무가 많이 들어선 것은 확실하니. 시간이 지나서 아름드리 거목이 되면, 그땐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잠시나마 부여잡고자 그냥 가봤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자주 갈 수도 있으련만. 이 와중에 <이방인>의 뫼르소가 생각났다면, 정말 더위 탓이다. 덥다. 더워. 그래서 너 더위 먹었냐고 한소리 들었을 법하다. 뫼르소라니?
지적 허세 좀 부리려다, 너무 나갔다고? 그건 아니고... 음악을 듣다 보니 좀 울적해져서 그랬다. 기분이 꿀꿀하다는 말인데, 날씨와는 정반대다. 게다가 발랄하게 뛰어놓는 어린이들 보고 왔는데 말이다. 옷이 흠뻑 젖도록 노는 아이들과 부모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면서, 만들어놓으니 제대로 활용하는 것 같아 공사비로 들었다는 815억의 가치는 한다 싶은데, 솔직히 그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그 돈이 내 주머니에 있으면, 얼씨구나 기분이 좋을 것은 확실했겠다. 더위까지 먹다니...
여기서 생각해 보자. 계절 여름 하면 뭐가 생각날까? 광화문? ㅋㅋ 그저 웃고 말지... 최근에 이디스 워턴이 쓴 <여름>이란 소설을 읽었다. 이 작가가 누군가 했더니? <순수의 시대>를 쓴 사람이었다. 사실, 이디스 워턴이 이 소설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는데, 그건 관심 밖이었고. 상 받은 소설 말고, 다른 소설 <여름>에 더 관심이 간 것은 그냥 제목 '여름' 때문이다. 왜 이 단어가 끌렸을까?
미국 중서부 지방엔 '인디언 서머"라는 단어가 있다. 분명 계절이 겨울인데 갑작스레 1주일 정도 봄 날씨보다 따듯한 날들이 지속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인디언 서머'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흥행은? 여기서 핵심은 인디언이란 단어가 아니라 '여름"이란 단어다. 여름. 정말 다시 한번 묻자. 여름 하면 뭐가 생각날까? 이디스 워턴이 소설 <여름> 말고 <겨울>도 썼는데, 그럼 좀 생각이 달라지지 않던가? 우리 인생에 계절 겨울과 여름을 대입하면 뭔가 달라진다. 이런 느낌은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여름>이란 소설도 써진 건데. 그래서 단어 여름 하면 뭔가, 열정, 미숙, 서투름, 젊음, 그리고 욕망 등. 이런 단어가 연상되지 않던가? 나만 그런다고?
광화문 지역에 계절 여름만 있는 게 아니듯이, 그 지역에 이 뜨거운 날 애들이 노는 장소만이 아닌 것처럼, 때론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일 수도 혹은 슬픔의 장소이기도 한 것처럼, 여기에 광화문 지역에는 봄과 가을도 있듯이, 그 와중에 여름만을 꼭 집어 말한다면, 날씨와 전혀 다르게 광화문 연가 같은 느낌도 우리에게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광화문 광장을 새롭게 단장했다고 해서 간 날은 비가 억수로 쏟아진 날이고, 애들 노는 사진 찍으러 간 날은 역시나 한여름 땡볕 날씨였다. 그렇다. 같은 장소지만, 날씨에 따라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자기 나이까지 변수로 대입하면, 이럴 때 여름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좀 생각해 보자.
운명을 논하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사람 인생을 계절에 빗대서 비유를 많이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글쎄, 겨울이 꼭 인생의 끝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번쯤 우리 인생에서 계절 '여름'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등이 있지 않던가. 그 여름. 무덥고 습하고 짜증 나기도 하지만, 자기 살아온 날들을 계절로 굳이 구분한다면, 그때 황금기를 여름이라 생각하면 이제라도 앞으로 살 날들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지 않을까? 소설 <여름>의 주인공이 불확실하고 미숙하고 일시적인 사랑 대신 어쩔 수 없이(?)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남성을 택한다고 나무랄 수 없듯이, 왜냐면 그 주인공은 적어도 그녀의 인생에서 계절 '여름' 만큼은 여름답게 보냈기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에서 사랑의 상징을 다시 되찾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여름도 예전의 여름처럼 지나가겠지만, 후회하지 않고 보내고 있는지. 이때, 육체적 나이는 논외다. 신체적 변화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정신과 생각이 늙던가. 비록, 인생에 계절 여름만 있을 수 없더라도, 다가올 하루하루 여름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영화 '인디언 서머"는 우리 인생에서 아주 짧게 오는 그날처럼 황금기, 여기선 다시 오지 않을 사랑이라도, 에 대한 향수로 기억하고 싶다. 계절이 여름이라서 제목 때문에 읽게 된 소설 <여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의 여름은 안녕하신지, 혹은 그 여름을 겪어봤는지,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겪어볼 필요는 있지 않은지... 더워서 헥헥거리더라도 가슴 한편 뭉클 때는 여름을 보내고 싶다. 지금이라도 말이다.
에서... 연가는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