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애슈턴(2022). 미키 7. 황금가지
니플하임에는 가고 싶지 않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이건 전적으로 트랄팔마도어 때문이다. 트랄팔마도어에 가면 죽을까? 커트 보니것(2016)이 쓴 제5도살장에 나오는 그곳이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건 이미 드레스덴(폭격)이 지옥 그 이상이 아니라서 그랬을 것 같다. 블랙 유머와 풍자로 버무려도 트랄팔마도어까지 지옥으로 그릴 수 없으니. 니플하임은 미키가 살던 미드가르드를 대체할 행성이 될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소설 마지막 부분에 '그곳'에 봄이 오니 더 많은 인간들이 새로운 행성에 정착하지 않을까?
니플하임에는 크리퍼가 있다. 그것이 왜 인간에 적대적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크리퍼는 개척민 몇몇을 죽인다. 낯선 침입자이기에 죽였을 것 같은데, 미키는 어쩐 일인지 살아남는다. 살아서 문제가 되다니! 죽어야 문제가 안되는데 죽지 않아 문제가 된 이가 미키 7이다. 그래서 세븐인가? 러키세븐. 작가가 그걸 알고 주인공 이름을 미키 7로 지었으니 그 미키는 죽을 수 없을 것 같다. 세븐은 러키를 의미하니. 암튼, 죽지 않은 미키 7 때문에 일이 꼬인다. 소설이 꼬일 일은 없고. 꼬인 건 미키가 두 명이라서 니플하임이 어수선해진다. 복제인간은 단 한 명이어야 하니까.
미키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다. 소모품이라고 하기엔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개척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실험용 인간이 되어 실험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정상인들을 죽게 할 수 없으니 복제가 되는 익스펜더블이 필요한데 이것 때문에 더 정확히는 익스펜더블이라는 것 때문에 이 소설이 가볍지 않은 소설이 돼서 개척민들에게뿐만 아니라 독자나 작가에게도 중요하게 된다. 소모품이 공장에서 찍어 나오듯 나올 수는 있는데 이 공산품처럼 복제된 인간은 원래 원본 인간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그 둘 차이는 뭘까, 뭐 가 원본일까 이런 질문.
니플하임에서 예견할 수 없는 어려움을 예측하러 파견 나간 미키 7이 동굴에 떨어져 죽어야 하는데 산다. 겨우 개척지 우주선으로 돌아오니 거기엔 미키 8이 있다. 미키 7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미키 8을 복제한 것인데, 육체 없이 어떻게 복제가 되는지 궁금했지만, 암튼 둘 다 살아가기로 한다. 원래는 마샬에 보고하고 미키 7을 죽이고 미키 8만 남아야 하는데, 이러면 SF에서 앙꼬가 되는 철학이 빠지니 안될 말이다. 미키 8은 미키 7을 복제한 것이라서 사고를 각각 하면 안 되는데, 미키 8은 미키 7과 생각이 다르다. 그러니 미키 7의 여자 친구를 꼬시기도 하고.
결국, 니플하임에는 반드시 미키는 한 명이어야 하는데 두 명이 되었으니 대장 마샬은 어떻게든 규칙에 따라 한 명을 없애려 하고, 명분을 만들어 두 명을 크리퍼를 멸종시키는 임무를 주고 파견을 내보낸다. 그때 리키 8은 크리퍼에게 죽임을 당하고 리키 7은 역시 러키세븐이라서 살아남아 반물질을 활용하지 않고 크리퍼와 마샬과의 평화로운 중재를 진짜 중재한 것처럼 속임으로써 평화를 유지한다. 워낙 평화는 전쟁보다 좋은 것이라서 결론이 유감이 없지만 뭔가 싱겁다. 찐빵 만들데 소금을 넣지 않았나?
SF와 철학 얘기는 이렇다. 철학적이 아니어도 SF가 가능하지만 이건 정말 간을 하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된다. 이러면 찐빵도 맛이 없을 터. 결국, 복제한 인간이 어디까지 인간이냐 뭐 이런 질문이 될 것이다. 소설에선 이를 테세우스의 배 혹은 테세우스의 역설을 등장시킨다. 다시 말해서, 한 번을 복제하건 두 번을 복제하건 같은 인간인지 아닌지 질문을 하는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를 수리하려는 이들이, 세월이 가니 망가지는 배의 구성품을 교체할 경우, 어느 순간 처음부터 있던 부분이 남지 않으면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소설 속에서도 미키는 계속 죽은 후 복제되는데, 이전에 죽은 리키와 현재 복제된 리키가 같은 인간인지 스스로 질문을 한다.
그리고 보니 죽은 후 다시 살아날 때 분명히 죽을 때 고통이 있었을 텐데, 이 고통은 전승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시 산다고 해도 다시 죽고 싶을까? 열 번 죽으면 열 번의 고통이 남을 텐데 말이다. 배야 물질이고 테세우스의 배가 되었건 아니건 물질인 배가 고통을 느낄 리 없지만, 인간이 계속 죽은 후 복제되면 선별적으로 고통만을 제거하고 행복과 즐거움만 남게 하면 그건 죽은 나와 산 나가 같은 존재인 것인지. 이러니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문제가 될 텐데, 이런 것들만 적절히 조정되면 우리 모두 영생을 갈구하지 않을까? 누군 그걸 부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이 갖는 미덕 하나 더. 원래 형이하학이 더 중요한 것이라서, 미키의 직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미키의 직업은 역사가이다. 그가 살던 미드가르드에선 돈이 안 되는 직업이라 인기도 없고 미키 또한 돈이 없으니 빚쟁이가 되어 소모 인력으로 우주 개척단에 지원한다. 미래 사회라도 사고의 한계 때문인지 기계로 대체되는 노동이나 생산성과 효율, 기계라는 은유와 더불어 주인공 미키가 주인공이지만 신분이 낮은 노동자 계층이라는 설정이 주는 현실감 혹은 무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