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여행
무릉도원? 무릉계곡??
무릉 계곡이 중국에 있는 줄 알았더니 우리 땅 동해에 있네. 뭔가 착각한 듯한데. 아, 그렇다. 무릉도원 하고 착각한 것이다. 중국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라는 책에 무릉도원 이야기 나온다. 아마 토머스 모어가 쓴 책 《유토피아》의 중국 버전이 《도화원기》인데 뭐 한마디로 이상향.
이런 이상향이 펼쳐질 듯한 계곡. 이게 무릉 계곡의 정확한 의미가 되겠지! 현실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경치. 아니 계곡. 그런데 어떻게 무릉 계곡이라고 이름을 붙일까? 현실에 없다면서. 현실에서 보이면 안 되는. 뭐, 따질 것 있나. 그렇다면 그런 거지. 아름답고 멋진 계곡. 무릉계곡.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무릉계곡은 강원도 두타산에 있는데, 그런 계곡이 덕풍에도 있다고? 덕풍계곡이 무릉계곡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라, 여름철 여행지로 이미 알려진 곳이다. 혹자는 kbs 1박 2일 촬영지라서 더 유명해졌다는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우리가 머문 덕풍 산장은 1박 2일 유명세를 치른 것이 맞긴 맞는데, 분명히 동해 무릉계곡과 덕풍계곡이 분위기가 다르다.
글쎄, 어디가 더 좋다는 비교는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가장 확실한 차이는 덕풍 계곡은 계곡 전체를 걸을 수 있게 해 놨다는 것.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 계곡을 따라 직접 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차이점이 명확하지 않네. 직접 가보면 제일 좋다.
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해 계곡 트레킹을 할 것이라면 정말 강추다. 물놀이하기도 좋은데 의외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각 용소에서는 많은데 계곡 중간중간에는 아니다. 물놀이하기에는 중간이 더 좋은 듯한데. 중요한 것은 이곳에 가는 여정(?) 이 드라마 같다는 것. 그것도 서울에서 온 사람들 기준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태백에서 삼척 덕풍 계곡을 향해 구불구불 지방도를 가다 보면서 느끼는 흥미진진함. 기대감이 점차 커질 때 풍곡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응봉산(999m)이 있는데 예전부터 소수의 산악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산. 이 산 골짜기를 용소골이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통칭 덕풍계곡이라고 하는 것 같다.
풍곡 마을 입구부터 덕풍 산장까지 가는 길도 마치 미지의 길을 떠나는 탐사대 느낌이다. 흥미진진. 아, 그럴 것 같다는 것인데 뻥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찍은 덕풍 산장까지 5km는 아주 좁은 길이다. 농로도 아니고. 계곡 따라 쭉 펼쳐진. 최종 목적지까지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지만 작은 다리도 2개를 건너야 했다.
그것도 맞은편에서 차라도 오면 잠시 교행을 위해 서로 조심해야 하는 곳. 아, 그런데 이 먼 곳까지 일본의 침략이 있었다니. 예를 들어 제3용소 근처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숨었던 곳이 있었다는데 맞나? 그리고 얼핏 듣기에 제3용소 근처가 최고의 명소라는데 그게 위안이 되지는 않았겠지.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뭐 경치가 대수이겠냐마는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은 지금 드는 생각일 뿐이다.
확실한 것은 이곳에 산림철도가 있었다는 것은 정설이다. 이 오지에 산림철도라? 왜냐하면 산림청이 삼척 덕풍계곡과 산림철도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2020년에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림청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한 사실보다 이곳에 당시 일본이 나무를 수탈하기 위해 산림철도를 건설했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그 가치 때문에 지정한 것인데, 산림철도라니?
명확히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운행한 거지? 궁금하면 덕풍계곡 입구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면 된다. 하산 트레킹 중 만난 마을 사람이 설명해 주었는데 계곡에 철도가 놓여있었다니. 아쉽게도 철도 버팀목 자리 등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뭐, 모르고 갔으니. 다 내려와서 그 말을 들었으니. 그저 멋진 트레킹 코스라는 내용만 기억하고 갔으니. 역사와 문화는 빼고 말이다.
좀 더 이곳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니 이곳에 버들치, 산천어, 꾸구리, 민물 참게 등이 서식해서 계곡 전체가 보호 수면으로 지정되었고, 계곡 진입로를 벗어나면 나무와 석탄이 많이 났다는 그래서 일제가 이곳에 산림철도를 건설했다는 생각만 더 할 뿐. 우선, 이런 역사적 내용은 제쳐두고 트레킹 얘기를 더 하면 안내 지도에 표시된 거리는 덕풍 산장에서 제1용소까지 2km이고 제1용소에서 제2용서까지 2.4km 정도 된다. 결국 왕복 2~3시간 거리인데 정말 국내 최고 계곡 트레킹 코스다.
아니, 우리 산하에 산이 많으니 이런 계곡이 많겠지만 사람이 직접 걸을 수 있는 트레킹 길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걷는 길. 그리고 걷는 그 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옛날 사진을 보니 예전엔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들이 걷기 편하게 덱을 많이 설치한 것 같다. 그래서 제1용소까지는 아주 편안히 제2용소까지는 약간 힘들게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그런데 제3용소까지는? 무려 5km 거리다. 제2용소부터 말이다. 어라, 그런데 폐쇄다. 더 갈 수가 없다.
뭐, 아쉽지만 한편에서는 아쉽지도 않다. 갔다가 하루에 수월하게 돌아올 거리가 아니다. 편도 5시간이 넘는 거리라니. 그것도 계곡길로. 제2용소에서 제3용소 가는 길이 더 멋지다던데 어떻게 가지? 이건 담에라도 꿈을 꾸지 말자.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서 왜 못 가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여기 제2용소까지라도 전혀 아쉽지 않다. 그래서 걸었던 트레킹. 갈 때와 올 때의 풍경이 당연히 다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런데 달리 풍경을 묘사할 방법이 없다. 예전에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걸을 때 일부 느꼈던 감흥과 비슷할 텐데 이곳은 계곡 처음부터 끝까지 걸을 수 있기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사진으로 대체할까? 사진이면 충분하다. 뭐, 다른 대안이 없느니.
일행과 함께해서 더욱 좋은 이렇게 멋진 곳을 알게 되었는데 일행은 산장지기 주인에 관심이 많다. 뭐, 제 밥에 관심 많으면 어떠랴. 그게 원동력이 돼서 다시 오면 좋은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을 경치가 더 좋을 것 같다.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활엽수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혹여나 겨울 눈 맞으며 걷는 상상도 그저 좋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이 길을 아버지와 함께 걸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기회가 오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2TCuCNSdyVw&t=429s&ab_channel=JTBC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