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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와 단양강 잔도길

by 길문

가야금을 우륵(于勒)이 만들었나? 그런 우륵이 의림지를 만들었다고? 한때 우륵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던가. 제천에 있는 용두산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시초라던데. 이때가 삼한시대라는 말도 있고. 그 후 700년 정도 된 해에 이때가 고려 시대인가, 당시 현감 박의림이 개축했다고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호수. <세종실록>에는 '의림제'로 표기되었다고 하니 정인지라는 사람이 조선시대에 다시 개축했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박의림이 개축했다고 해서 의림지가 된 것인가 했더니 그것은 아닌가 보다. 이 저수지의 원래 이름이 ‘임지(林池)’였다고 한다. 고려 성종 때 군현의 이름을 바꿀 때 제천을 ‘의원현(義原縣)’ 또는 ‘의천(義川)’이라 했다나. 제천의 옛 이름에서 첫 자 ‘의(義)’에 저수지 원래 이름의 첫 자 '임'을 더해서 '의림지'가 되었다고 한다.

뭐, 의림지가 의림지가 된 이유가 그리 중요할 까만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저수지라는 게 농경과 관련된 수리시설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겠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등도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데 아직도 농토에 물을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의림제 뿐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는 제방을 쌓아서 만든 인공저수지이고 의림지는 물이 저수지처럼 솟아나서 의림지라고 한 거라던데 그럼 둑을 만들어서 만든 인공 호수라는 말이 말이 되나? 확실한 것은 둑을 만든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래야 물을 가둘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의림지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느낌은 유원지 같았다. 그 이유는 음악 때문이다. 물론,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음악이 어디서 나오나 둘러보니 저수지 안에 섬처럼 된 곳에서 무슨 공연을 하는 건가? 요즘에는 어찌 보면 농사를 짓기 위한 시설로 역할을 하는 것보다도 유원지 기능이 더 좋을 수 있겠다. 깜박했는데 음악도 음악이지만 유원지 생각나게 한 것은 오리 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오리배. 뭔가 추억을 젖게 하는,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저수지에 항상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 오리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시청각적으로 확언하는데 여긴 유원지다!

한편으로는 덱을 해놔서 수변을 산책하기도 좋다. 뭐 인공이면 어떠랴. 유원지면 어떠랴. 그 유원지가 약간 촌스러워 보여도 어떠랴.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 사진으로나마 남길 수 있는 소중한 곳이면 좋지 않던가. 전체적인 느낌은 친근함이던데 이런 느낌이 이곳을 제1경으로 삼은 것은 아닐는지.


둘레가 2km 정도라던데 큰 건가? 제천시민들에게는 그저 편히 찾아올 수 있는 휴식처가 아닐는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림지의 제1경은 오리배도 파크랜드도 박달 신선과 금봉 선녀도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보면 볼수록 멋있었던 용추폭포다. 저수지에 폭포라고? 그러게.


그런데 폭포다. 그냥 규모가 어설픈 폭포가 아니다. 높이가 얼마 될까? 여기에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해 놨다. 유리로 만들어서 일부에서는 폭포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또한 신기했지만 역시 폭포는 장쾌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맛이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보물이 있을 줄이야. 혹자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용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용 폭포'라고도 했다는데, 용을 봤다고? 이런 새빨간 거짓말. 거기에 울음소리까지. 뻥도 이런 뻥이. 잠깐, 그런데 거짓말이 심할 때 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지?? 갑자기 드는 의문. 다시, 용추폭포 돌아가서 재빨리 사진 찍었다. 그런데 다시 봐도 멋진 폭포다.



▶단양강 잔도


이번 여행에서 여기를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여기가 어디? 만천하 스카이워크. 가지 않은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고? 천만에. 여기 가서 신나게 알파인코스터, 집라인, 슬라이드 등을 타고 싶었다. 사실, 경치는 실컷 누렸다. 옥순봉, 구담봉, 제비봉에서 정말 실컷 내려다봤다. 올려다보지 못한 것은 다음에 미루기로 하고. 시간이 간당간당하였다. 제천에 가야 해서. 제천에서도 두 군데를 들러야 하니. 이제 해가 빨리 떨어진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다음에 청풍호와 함께 묵어서 같이 액티비티도 하는 것으로 미뤄야겠다. 더불어 제천에서 가봐야 할 곳 더 가는 것으로 하고. 정말, 미련 없이 미루기로 했다. 그렇지만 잔도는?

잔도? 중국 색인가. 요즘 중국이 돌아가는 게 심상찮다. 먹고사는 게 어느 정도 해결돼서 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어서 인지 그쪽 국민들이 변하는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는 듯하다. 흠, 갑자기 웬 정치 얘기? 에너지 낭비하는 것 같아 무심하려 애쓰지만 다시 생각한 계기는 잔도라는 단어 때문이다. 잔도가 뭐라고?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달아 놓은 듯이 만든 길"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도록 한 길을 말한다. 이게 중국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잔도(棧道)는 중국에서 외진 사악 지대를 통과하는 길이었고.... 최초의 잔도가 전국시대에 만들어졌다나? 워낙 땅이 넓고 산간오지가 많은 곳이니. 더불어 지금 시점에서 중국을 이해하면 안 되니. 그런데 스카이워크는? 영어잖소? 미국 색, 영국 색, 아니 외국 색? 영어가 지금은 영국 말이지도 않기에 거의 보편적인 유일한 언어? 또 옆길로 샜지만 역시나 잔도 면 어떻고 스카이워크 면 어떠랴. 더불어 여긴 공짜다. 잔도 걷는다고 돈 내라고 하지 않으니.

이번이 단양 초행길이라서 느끼는 거지만 단양이 참 예쁘다. 남한강? 그렇지 단양강이 남한강이니까, 그 강이 흐르고 이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그래서 만천하 스카이워크도 참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패러글라이딩이 더 당긴다. 저 멀리 점점이 박혀 움직이는 패러글라이딩.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양이 얼마나 매력적일까? 단양에 패러글라이딩 포인트가 두 곳이라는데. 맞나? 담에 정말 액티비티 하러 와야겠다. 이런 생각은 어디에서 했냐고? 바로 잔도에서 했다. 잔도. 그 단양강 잔도.


이곳에서 보는 단양 읍내가 역시 예쁘다. 잔도에서 손에 잡힐 듯 서있는 상진 철교도 그리고 그 옆 나란히 친구처럼 서있는 상진대교도 그렇고. 이 강 따라가면 충주호가 나오겠지? 이 잔도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짧다. 1.2km라고 했던가. 아쉽다. 그렇지만 뭐 별 수 있나. 다행인 것은 간 길을 다시 와야 하니 왕복 2.4km다. 단양과 단양읍을 보다 보면 그 왕복이 금방 끝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길이 우리나라에 또 있던가? 그렇다. 이 또한 처음이구나. 단양도 처음이고. 처음은 역시 처음이라 마음에 오래오래 간직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v7wErmth4k4&ab_channel=MattHy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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