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영국 사랑, 부럽기는 한데

[책 여행] 빌 브라이슨(2020). 발칙한 영국 산책. 21세기북스

by 길문

'틱톡(TikTok)'의 사용자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유튜브(YouTube) 사용자의 평균 시간을 넘어섰다(헤럴드경제, 2022.6.5). 짧은 동영상 서비스 릴스(Reals), 쇼츠(Shorts)가 경쟁시장에 뛰어들면서 동영상 시대를 넘어서 더 짧고 더 시각적인 메시지들이 주류가 된 듯하다. 이제 종이책의 시대가 아니라고? 지극히 당연하지만 여전히 책(종이)을 통한 여행, 책과 함께하는 여행이 좋다. 그래서 용기 내어 책 여행을 시작한다. 식상하다고? 독후감 쓰는 게? 혹시 알까, 먼 훗날 누가 내 책 읽고 여행을 시작할지. 진짜 여행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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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국인보다 더 영국을 사랑한 사나이. 그럼 그는 어디 사람?

이렇게 한 나라를 미주알고주알 파헤칠 수 있을까? 이건 분명 애정 때문인데, 애정이 전부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 모든 기반이 그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맞지만 그의 성격, 능력 등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그가 영어를 아주 잘한다는 것. 헐, 이게 무슨 말? 비약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그가 쓴 모든 책들이 영어로 출판되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애초에 영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영어가 완벽하니 영어권, 영어가 가능한 어느 지역이든 원어민처럼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행객 누가 이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약간, 모순되기는 한다. 왜냐면,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브라이슨처럼 돌아다니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읽다 보면 그저 그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우선, 그는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이게 아주 그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실인데, 그의 기자정신이 그의 모든 책에 배어있다. 그래서 그는 분명히 소설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설은 픽션 아니던가. 하나하나 사실에 기초에서 최대한 현장감 있는 글을 쓴다. 그에게 소설가가 주는 영감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의 책은 재미가 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좀 망설여지는 부분은 그의 책 대부분이 오래된 책들이다. 출판 연도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최신 동향이나 여행 정보를 얻기에는 망설여진다. 그런데 걱정 마시라. 어차피 그의 책을 읽고 여행을 가려고 할지라도 계획을 위한 정보는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그냥 작가로 그것도 아주 재미난 작가로 읽으면 그만이다. 여기에 그를 따라다니는 최고의 수식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수식어. 그 이상 뭘 바랄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20년 동안 영국에서 살아온 경험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영국의 문화나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여기에 어느 외국인이 타국을 이렇게 골목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을까? 우선, 시간을 이렇게 낼 수 있을까? 이런 모든 배경엔 그가 여행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미국 그 방대한 땅덩어리에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영국과 비교하면 얼마나 부족하게 느껴질까? 여기에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산다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이 사람으로부터 인간이기에 나오는 것이 전부에 가깝지 않을까? 아무튼, 그는 유럽을 배낭여행으로 돌아다니다 영국에 들어서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영국에서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애를 낳고 정착하고. 그런데 왜 그가 미국으로 돌아갔더라? 그리고 그 이후는?


룩셈부르크에서 프랑스 칼레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 따르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했겠냐마는, 칼레에서 도보로 넘어오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느낌은 절대적이다. 어찌 보면 사람의 인생에서 특히 지리적인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그 나라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렇게 시시콜콜 여행기를 쓸 수 없는 거야 당연하더라도 그가 지닌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살아있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영국을 여행한다면 그려지는 여행지가 뻔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낙담 마시라. 이미 빌 브라이슨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그가 이미 깔아놓은 양탄자를 타고 마법에 홀려 상상 여행을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남는 숙제. 내가 쓰면 어떻게 쓰고 내용이 얼마나 달라질까?



빌 브라이슨의 책들을 몇 권 읽다 보면 그의 유머 코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그럴 땐 잠시 멈추시라. 다른 일하다 혹은 다른 책 읽다 지겨워지면 그의 다른 책 다시 읽어보시라. 그럼 웃으면서 읽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는 기자 선배 앞에서 감히 우리나라 기자 중에 이 정도 글 쓰는 사람 있을까요,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말하는 요지는 그의 정보력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헛되이 쓴 게 아니란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어디서 그 많은 정보를 취해서 글에 녹여낼까. 그저 감탄스럽다. 그의 기자정신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한가지 더. 그의 책은 발간된지 오래되었다. 새로운 여행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어렵다. 그럴 땐 최신 여행정보 찾아보시라. 그 점만 빼면 아주 멋진 여행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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