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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Nov 08. 2022

가을엔 영월, 여행이다.

별마로 천문대, 선돌, 한반도 지형까지...

영월 하면 제일 먼저 어딜 추천하고 싶을까? 그럼, 별마로 천문대다. 왜냐고? 해발 799.8미터를 차로 올라갈 수도 있고, 누군 열심히 자전거 타고 올라갔었는데, 그냥 내려다보기 좋아서였다. 뭘 내려다보는데? 당연히 영월 읍내. 영월이 시인 줄 알았더니 읍이다. 영월군이고. 그 조그만 동네가 내려다보니 역시나  크기가 올망졸망하다.

이곳에 오게 된 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장릉(단종)에 도착해서 장릉을 내일 볼지 말지 결정하다 올려다보니 산 정상에 뭔가 있었다. 저게 뭐지? 그냥 감으로 때려잡았다. 저게 천문대다. 장릉 안내원들이 그곳에 가려면 예약을 하라고 했는데, 고개가 갸우뚱했다. 예약? 나중에 알아보니 그건 천문대 안으로 들어가 진짜 별을 보고 싶을 때 그래야 했던 것이다. 그냥 갔다. 곧 해가 질 것 같아서였다. 해넘이 보러.


이름이 별마로라고 뭔 뜻? 별마루 아닐까 다들 한 소리씩 했는데, 결론은 별마로이다. 별은 별이고 마루는 정상을 말하는데, 여기에 한 글자가 더 합쳐진 것이다. 고요할 로라는 한자. 그래서 뜻이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고 써져있다. 천문대 건물 옆에. 그런데, 이름이 예쁘다. 역시, 어떻게 불러주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예쁘게 부르니, 그 덕에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더 예뼜다.

산에서 내려다보니 동강과 서강이 사이좋게 나눠 흐른다. 아니, 동강과 서강이 서로 마주치는 곳에 영월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강이 합쳐져 남한강이 된다. 이건 나중에 제천이나 단양에 가면 더 분명해질 텐데, 그전에 동강이나 서강을 음미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봉래산 정상이다. 그곳에선 동강과 서강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곳에 있는 봉래산이 중요했다. 두 강을 다 내려다볼 수 있기에.


영월 읍에서 이곳을 밑에서 걸어 오르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르면서 내려다보이는 읍내가 산행이 주는 기쁨을 두 배로 할 것 같다. 산 정상이라서  당연하지만, 시야가 거칠 것이 없다. 주변에 다른 산으로 시야가 가리지도 않고. 담에 오면 걸어서 올라와봐야겠다. 아까보니 누군 자전거 타고 열심히 올라오더구먼. 그런데, 좀 춥다. 이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애들처럼, 정신적으론 아직 미숙한지라, 이런저런 장난을 해봤다. 해를 두 손으로 품어도 보고. 그랬더니, 따듯했다.

만산이 만추다. 아래 강이 동강.

아!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이 가능하다. 날씨가 어둡고 추워 저녁때는 불가능했을 테지만, 해보고 싶었다. 그날 천문대에서 내려와 영월 읍내를 지나는데, 그것도 껌껌한 하늘에 페러글라이딩하는 한 명이 눈에 띈다. 탠덤은 아닌 것 같고, 멀리서 한 명이 어두운 저녁을 활공하는데, 갑자기 든 생각. 패러글라이딩 강사가 퇴근하는구나... 차 안 사람이 다 동의했다. 그(그녀)는 퇴근 중이었다.



▶선돌, 신선암


지나가다 둘러보기 쉬운 곳에 위치한 선돌과 한반도 지형은 그리 큰 품 들이지 않고 홱 둘러볼 수 있다. 둘 다 서강에 위치하고 있는데, 동강은 역시나 래프팅으로 유명하다. 볼 것은 서강에 더 많다.

서강에는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선암마을과 선돌이 대표적이다. 볼거리로 말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주자. 당당히 서있는 선돌. 서 있어서 선돌인가? 높이 70m. 신선이 노니는 돌. 아니, 신선의 돌? 돌 자체가 신선처럼 보인다나? 선돌은 영월 서강의 절벽에 위치하고,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룬 곳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린다.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데, 밑에서 보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배 타고 말이다.


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로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었는데, 우뚝 서 있는 것이 마치 신선처럼 보여서 ‘선돌’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믿거나 말거나다. 선돌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다른 이유는 아마도 접근성 때문인 것 같다. 길가 옆에 있다.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걷기에 좋다. 아침에 일찍 갔더니, 물안개 때문에 뭐 보여야지. 온통, 하얬다. 갈 때 마주친 중년의 남녀들이 쳐다보길래 뭘 봐! 하고 지나갔는데(속으로), 갔다가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올 때 그때 걸어오던 사람들 보면서, 갈 때 마주쳤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생각했던 게 뭐였는지 알 것 같았다. 같은 생각이리라. 같은 생각! 물안개 때문이었다. 아니, 그냥 안개 때문이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이곳은 결국 나중에 다시 들렀는데 그땐, 해가 쨍쨍했다. 내려다보는 풍경과 바위가 역시나 일품(一品)이다. 신선암이라고도 한다니, 또 그렇게도 생각된다. 멋도 일품! 여기선 멋이다. 갑자기 단양의 도담삼봉 옆에 있는 석문이 생각난다. 석문 안으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멋지던데, 둘 다 강가에 있다. 강 옆이다. 숲에 위치했다면, 강 옆에 아니었다면 느낌이 반감되었을 것 같다.



▶ 선암마을과 한반도 지형


한반도 지형을 확인할 때 그곳이 선암마을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잘 모르겠다. 막연히 내려다보이는 저쪽 마을이 선암마을이란 정도. 고려 때 선암사라는 절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을 내려다보는 곳이 오간재 전망대이다. 선암마을이나 오간재라는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고, 그저 내려다보니 한반도 모양이다. 동고서저. 서쪽은 너무 낮은 것 같은데, 제법 비슷하다.

한반도 지형이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나주, 정선, 안동 등에도 있고 섬으로는 어청도에도 있다.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우리 땅 모양이라고 하니, 마음속에 국뽕이 뽀글뽀글 샘솟는다. 정말? 가서 볼만하다. 아쉬운 것은 그 지형 위쪽으로 보이는 시멘트 공장이던데, 생각해 보면 그리 흉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강원도의 지질학적 특성인데, 오른쪽으로 고개를 더 돌리면, 산에 뺑 둘러 가며 길이 나있다. 시멘트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한반도 지형 위쪽에 자리 잡은 공장이 옥에 티 맞다. 옥에 티다. 그런데, 그렇게 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건 아마 날씨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좋은 데다 가을이다. 울긋불긋 가을이 티를 내니 옥에 티가 티가 되지 않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티가 꼭 나쁜 게 아니다. 오늘 날씨, 가을은 티를 내도 그 티가 흠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다시 가을이 간다. 이제 몇 번째인지 생각도 안 난다. 이것도 티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KWq_izaVE&ab_channel=HeoHoyKyung-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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