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외지인이다.
청도(青岛)는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이다. 바다와 인접하여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많이 접할 수 있고, 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면 바로 숨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관광지로써 손색없는 완벽한 곳이다.
단지 여행이 아니라 청도(青岛)에서 삶의 한 단편을 지내게 된다면 어떨까, 한국에서도 가장 가슴 설레고 살짝 두려웠던 것이다. 본 고장에서의 고군분투하는 삶에 지쳐 나를 모르는 다른 곳에 잠시 심신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미식(美食)을 먹으며 내 마음에 붙어있던 여과물들을 모두 버리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청도(青岛)또한 내가 살아가던 곳과 다를 바 없이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일텐데, 그들의 생활이 미치는 학교와 거리, 식당, 은행, 상점들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날 경계하는 사람과 내게 자상한 사람 등 서울과 마찬가지로 내게 한꺼번에 새롭게 다가올 모든 것에 대해 두려우면서도 너무나 궁금했다. 무엇보다 '여행지'가 아닌, 꾸밈없는 그들만의 세상에 내가 동화되어 갈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뛰어 며칠을 설렜다.
난 청도(青岛)시베이구(西北区)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청도류팅국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30분이 지난 뒤 내린 숙소 앞은 그야말로 내가 가장 보고싶고 동경했던 한 풍경이었다. 길을 잃어 노숙하는 강아지 두세마리가 나를 반겼고, 외지인이 오자 경계하는 눈빛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젊은 여자와, 더위에 지쳐 배를 반쯤 내놓고 유유히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는 내가 본 첫 청도인이었다. 결코 여행지만큼 깔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거리와 오래된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 한복판에 내가 지낼 숙소가 있었다. 숙소 맞은 편에는 고급 기숙사가 건축되어가고 있는데 중국인들이 늘상 慢慢地(천천히)라고 하는 것과 같이, 더운 날씨탓에 지친 공사 인부들이 한창 공사되고 있는 카페와 상점 내에서 천막을 치고 아예 침대를 만들어 낮잠을 자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정문을 통과하면 노점들이 일렬로 정렬하여 후각을 자극한다. 지옌빙(煎饼),아이스크림,차오판(炒饭)등 볶음과 튀김 류의 요리가 주를 이룬다. 화장기없는 여학생들과 운동장에서 막 농구시합을 끝낸 남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음식을 사서 기숙사로 돌아간다. 중국 여학생들은 화장과 염색을 많이 하지 않는다. 중국에 오기 전에 오렌지빛으로 염색한 내 머리카락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중국 여학생들은 꾸밈없이 수수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 당당하며 강인하게 아름답다.
청도에서 지낸 지 사흘이 되었다. 내가 만나본 중국친구들은 정말 순박하다. 단지 한국인이어서 혹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중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의 말에 천천히 귀기울이고 도와주며 순진하게 웃는 모습에, 따스한 감동이 새로운 곳에서 아직 외부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사로잡았다.
아직 난 이 곳에서 외지인이다. 많이 보고 듣고 걷고 먹고, 언젠가 자연스레 동화되어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