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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Dec 21. 2021

푸른 살점, 실타래, 그리고 돛단배

내 주머니에는 큰 돛단배가 있다.

유리로 만들어진 투명한 돛단배.

가난한 돛단배에 텅 빈 영혼이 걸려 있다.


내 모든 혈관에서  어린 피부덩어리가 썩어간다.

죽음만을 위해 태어나 습한 땅속에 묻힌 푸른 살점.

검은 반점만이 내 심장 위에 보란듯이 남아 있다.


내 머릿속에는 엉킨 실타래가 놓여 있다.

나를 당연한 듯 짓밟은 가난한 영혼들.

검정 실타래가 빨간 눈을 하고서 나를 노려본다.


검정 실타래에 엉킨 푸른 살점이 붉은 바다 위 커다란 돛단배 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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