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페트병 속에 단단한 흙과 모레들이 반쯤 차 있다. 페트병 속의 빈 공간은 늘 햇볕이 드는 곳을 바라보며 음지에 있는 것만 같이 슬퍼 보인다. 차가운 바다 위에 태양이 떠 있는 것만 같은 풍경이 찾아올 때면 페트병의 빈 공간이 점점 사라지며 따뜻한 바닷물이 병 안에 차오른다.
페트병에 차오르는 바닷물. 때로는 소금기가 가득한 채로 내 상처 위에 더 큰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내 안에 있는 흙과 모레, 그리고 자갈들을 따뜻하게 데우며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생명력이 존재한다.
하루에게 안녕을 전하고 수평선 아래로 돌아가는 주황빛 노을이 진 바다, 검은 바다 위로 등대의 하얀빛이 비칠 때 흰 이빨을 드러내는 밤바다, 모레 사장을 뜨겁게 데울 만큼 높은 온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체온과 함께 더욱 더워지는 여름의 바다.
나의 존재, 너의 존재가 그러하다. 마치 바다와도 같이 모습을 바꾸며 서로를 노려보다가도 또 서로를 위로한다. 함께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