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주택가의 지붕과 보랏빛 하늘 풍경이다. 도시 속 밤의 색깔은 검은색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이십대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3층이었던 우리 집 내 방 창문은 크고 길어, 창가쪽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낮은 지붕들과 밤하늘에 도시 사람들의 넋두리가 걸려 있는 듯했다. 낮은 지붕들과 그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밤의 얼굴은 소주 한 잔과 고기 굽는 냄새, 누군가의 입에서 내뿜는 담배 연기, 무표정의 얼굴들이 타고 있는 지하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낮을 마치고 저녁을 지난 음지의 시간동안 항상 함께했던 밤하늘은, 낮동안 맨정신으로 도시 속 뙤약볕과 오한을 버텨낸 사람들의 넋을 담은 채 자기만의 시간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밤하늘은 한 순간도 검은색이었던 적이 없다. 낮동안에 내뿜은 한숨과 땀으로 엉켜 있는 수많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3층 집에서 바라보았던 밤의 풍경에 다시 닿을 수는 없지만, 지금 여기 앉아 바라보는 창문 너머의 낮은 지붕들과 보랏빛 하늘은 여전히 자기보다 낮은 곳에사는 사람들과 호흡을 똑같이 하며 묵묵히 밤을 지켜내고 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을 버텨내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밤하늘에 나를 묻었던 기억들이 문을 두드린다. 보랏빛 하늘에 나를 묻으며 잠을 청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