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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Apr 29. 2024

벚꽃, 선홍빛 벚꽃

 어디서부터 입을 열어야 할까. 남의 눈치를 보며 뛰던 내 심장은 이미 더욱 옹졸해지고 알량해졌다.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무궁하고 경외스러운 밤하늘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지만, 비단 술 때문에 흐리멍덩해진 머리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서 있는 이 세상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생존과 삶을 위한 고군분투 속에서 정작 나는 나를 조각내어 남들에게 나눠주었다. 피가 나더라도 모두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예쁜 꽃병 안에 맞추기 위해 뼈를 깎는다고 생각했다. 눈치 보며 숨을 뱉고 숨을 다시 들이마시는 순간 가시가 섞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목구멍에서 피가 섞이자 억지로 침을 삼켜 숨을 들이밀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희망이나 설렘, 그리고 기대 같은 건 잊혀져갔다. 나이가 들고 사회가 주는 당연한 교훈에 따라, 몸에 베인 친절함과 학습된 반사행동을 선보이며 살아가지만,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좌절될 때마다, 체념을 배우지 말자고 되뇐다.

 체념하고 단념하는 법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그대로 삶의 무게를 늘어트려 살지 말자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생각하자고. 기억을 더듬어 나의 희미한 혈관을 뚜렷하게 해 줄 그 선홍빛 생명력을 찾으려 하지만, 내가 두고 온 외딴 배에서 홀로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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