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외딴 방

by 사월의 미도리

19살 엄마의 외딴 방을 떠올린다. 19살의 엄마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학교에 가서 책을 읽으며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책은 엄마에게 삶을 부여해준 한 무더기의 글과 종이였으며, 손에 닿는 책이면 무슨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노곤함을 안고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엄마는 증조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집 방 한켠에서 일 년간 책만 읽으며 시간을 지새웠다. 엄마는 그 방 안에서 마음 안에 어떤 하늘을 안고 글자를 읽어 내려갔을까. 늘 보던 회색빛 하늘을 안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모습 또한 담겨 있었을 왼쪽 눈의 생기를 떠나보내며, 삶에 대해 어떠한 희망을 갖고 그 외딴 방의 공기를 버텨냈을까. 그 아득한 어둠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너무나 어린 엄마는 성인이 갓 되기 전의 나이에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렸고, 나의 선천성 흉터가 늘 나의 발목을 잡았듯이 엄마가 대학에 입학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또 결혼하고 나서도 늘 약점이 되어 엄마의 가슴을 콕콕 찔렀을 것이다. 어두운 방 한편에 앉아 바깥의 잔상들을 잊으려 하며 고개가 가슴을 향하게 하고 책 속의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의 왜소한 체구.

불효자인 두 딸을 둔 엄마는 방금 옆 방에서 주식 서적을 읽다 이미 잠에 빠졌다. 누구나 외딴 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네모난 방 안에서 숨죽이며 어둠을 삼켰던 나의 방은 늘 이방인이었던 나의 외딴 방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 엄마가 밤을 지새운 그 방이 나를 응시하고 있을 것 같다. 그 아득한 사실이 어두운 나의 방에 자그마한 등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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