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속에서 (그림 에세이)

자라나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by 사월의 미도리

가로수 밑으로 스며드는 새벽 습기, 안개 낀 산 언저리, 청소차가 훑고 지나간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아스팔트 도로 위 먼지들. 흙먼지가 낀 창문과 시멘트 건물, 내 마음의 먼지들. 오랜 시간 동안 뿌옇게 먼지가 낀 듯한 마음, 바다 같은 마음을 둥둥 떠다니는 주인 잃은 양말 한 짝과 썩은 해초.

일러스트 by Midori of April

낮동안 햇빛 속을 걸어 다녔다. 나무들이 막 물을 맞아 더운 공기 속으로 맘껏 향을 내뿜고 있었다. 냄새가 너무나 싱그러워 뜨거운 햇빛에도 살짝 기분 좋은 일말의 이유였다. 불안한 내 눈동자, 재촉하는 마음, 과장된 손짓, 뒤따라가는 발걸음. 알 수 없는 불안, 나는 성장하는 걸까, 퇴화하는 걸까, 혹은 죽어가는 걸까.

고개를 돌리자 연분홍 꽃잎 가운데 어느새 푸른 싹이 돋아나 있다. 꽃을 꺾어 며칠 전 멍이 푸르게 든 무릎 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다시 주변의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뜨겁지만, 기분 좋게 따스한 가을의 햇빛이 나의 동공을 슬멋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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