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내가 늘 걸어가는 회색 도로 위, 바로 옆에 차들이 지나다니고 나는 미간을 찌푸린다. 습기 머금은 태양빛 때문이겠지만, 힘없이 걸어가는 다리의 근육을 놓아버리면 그만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호등에 앞만 보며 걸어가지만, 내 마음은 도로 위에도 온데간데없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걸까. 잊은 걸까, 밤에 흔들리는 바다의 물결은 시시때때로 색이 변한다는 것을.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을 들이마시고, 딱딱한 날숨으로 뱉어냈던 네모진 나의 마음을. 정오의 푸른 하늘을 머금은 파도가 딱딱하게 굳은 나의 혈관을 녹여주였다는 것을, 모두 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