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들을 밟으며

by 사월의 미도리

코 끝에 피가 응고해버린 채 숨을 쉬는 것만 같다. 시침과 분침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 두통이 하루 종일 나를 사로잡았다. 비가 오니 땀구멍 곳곳에 달팽이들이 고집부리며 서있는 것 같이 온몸 혈관에 습기가 찬다.

일러스트 by Midori of April

살랑살랑 흔들리는 내 머리카락은 너무나 건조한데 두 다리가 서있는 콘크리트 바닥은 비를 맞아 축축하다. 바닥에 떨어지고 만 은행잎들을 지르밟으니 내심 죄책감이 든다. 마음대로 엉겨 붙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비를 맞아 숨이 죽은 채 도로 위에서 나뒹굴고, 가로등의 아득한 불빛에 비친 내 마음도 비를 맞아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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