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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Dec 14. 2020

과자를 씹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약간의 현기증이 찾아와 그녀의 머리를 둔하게 만든다.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발걸음은 한 마트로 향한다. 과자 코너로 가서 먹고 싶었던 과자를 모조리 바구니에 넣어와 계산한다. 과자들이 자기를 노려보는 것 같다고, 그녀는 섬짓 무서움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와 자켓도 벗지 않은 채로 황급히 과자 봉지들을 뜯어 입에 욱여넣는다. 일시적인 해소와 해방감도 잠시, 그녀는 그릇을 가져와 입에 가득 든 음식물을 모두 뱉어낸다. 그녀의 배에서 배고픈 신호가 들려오지만, 그녀 자신은 모른다. 세 시간 가량을 한 자리에 앉아 계속 먹고 뱉어낸다.


 배가 고픈데, 먹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다. 살이 찌는 것이 두렵고, 미움받는 것이 두렵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꾸 먹고 뱉으니 입 안이 헐어,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뱉어야지. 내 앞에 마음대로 나열된 과자들이 모두 나를 비웃는 듯하다. 너는 절대 먹을수 없을거라고. 입 안에 넣고 뱉는 순간 환멸감을 느끼지만, 과자를 다시 입에 넣는다. 절대로 삼킬 수 없다. 오늘 밤은 어둠 속의 거미줄에 걸린 벌레들이 나를 괴롭히며 잠들지 못하게 하지 않기 위해 걷고, 나가자. 방을 나가보기로 한다, 이번 토요일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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