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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Dec 14. 2020

카페에서

 휴일에 밖으로 나와 걷는다. 그녀 자신과 한 약속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다다른 어느 골목길 카페에서 갓 구운 빵의 향긋한 냄새가 풍겨 온다. 그 냄새에 이끌려 문을 열고 진열된 빵과 쿠키들을 보고선, 크로와상 하나와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한다. 창문에 비친 녹색 잎들이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다. 카페를 이루는 벽돌을 타고 자라난 담쟁이덩굴들이 카페 안의 공기를 모두 들이마시는 듯, 카페 안은 몹시 건조한 편이다. 

 크로와상이 놓인 쟁반을 들고 오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그녀의 망막에 카페라테의 향이 무심하게 맺혀 버린다.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카페라테 한 모금을 마시고 삼킨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가 둔기에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든다. 크로와상의 향이 그녀의 머리를 지끈 아프게 하고, 또다시 딱딱한 현기증이 그녀에게 찾아와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다. 

 결국 포장을 해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카페라테는 식은 채로 이미 이 세상에 속한 사물이 아닌 듯 객체가 되어 그녀 손에 들려 있다. 골목길이 차갑다. 하늘이 흐리고 그녀의 가슴에 먹구름이 맺힌다.


 카페의 대리석 바닥에 마른 꽃잎이 비친다. 그 위로 드리운 커튼의 그림자도 바닥 위에 비친다. 나에게 그림자는 있는 걸까. 나는 내 그림자를 쫓고 있는 걸까. 그림자마저도 희미해진 이 낮의 분위기가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태양이 나의 그림자마저도 녹여버려 나의 그늘조차 없어진 것 같다.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머리끝까지 일었지만, 난 먹지 못한다. 집에 가고 싶다. 창문 너머 문득 보이는 골목 속 가로등의 탁한 하얀색 전구, 사람이 살고 있을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의 창문으로 난 빛이 색 바랜 하늘색이 띠고 있어서. 언제나 나의 마음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굴러가다 가시가 박히기도 하고, 솜뭉치를 만나 잠시 몸을 뉘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커피 한 모금만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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