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채로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리저리 긁혀 상처가 나고 불친절함이라는 차디찬 바람에 상처가 쓸려도 계속 나아간다.
상처가 덧난 부위에서 떨어져 나간 살점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모두가 어리고 미숙했던 열네 살의 해. 끊임없이 타협하려, 인도적이고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불친절했던 그 소수점들을 지나치려 한다. 하나, 이렇게 잠이 안 오는 새벽, 오랜만에 잠을 설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누워서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원래 나와 함께 했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갑작스레 그 아픈 소수점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나는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고 펜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 소수점들을 조심스레 손에 담아 이리저리 옮겨 보는 것이다. 스물여덟의 나보다 열네 살의 나에게 더 가혹했다. 그 해에 내 앞에 놓인 장애물들은 도무지 펴지지 않는 구김살들로 가득했다.
그 방황의 시간들이 과거의 나의 맥에 얹혀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시간은 시간 안에서만 존재하고, 나를 끌고 내가 끌려가는 그 주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아니하고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