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난 후, 멍하니 있다. 마음이 고요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를 향해 미친 듯이 가고 싶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 이 곳을 벗어나고도 싶고, 따뜻한 밥이 먹고 싶기도 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 어울리는 사람들과 터울 없이 홍조를 띠며, 은은한 밤의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함께 먹는 그런 식사 말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말들이 하나하나 모두 마음으로 전해지는, 귀로 듣고 머리로만 대답하는 나열식 대화가 아니라, 풍경이 되어가는 이야기 말이다.
내가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와 단어, 얼굴들, 그리고 표정, 서울의 가로등, 고깃집 냄새, 골목길의 어스름, 환한 달빛, 고기를 구우며 잔을 부딪히는 시끄러운 사람들. 내가 결핍된 그 모든 것을 가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이 멍하다. 차분하면서도 갈망한다. 사람을 갈망하고 나의 부재를 갈망하고 은은한 밤의 조명과 햇볕 너머의 그늘을 만지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잎들이 가득한 숲 속에서 깨어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