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의 노을, 두 번째 화살을 쏘다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기에

by 신주


회사는 우리에게 인생을 바꿀 만큼의 월급을 주지 않는다.


그저, 내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연료를 채워줄 뿐이다.


회의실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무의미한 시계 초침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 모두는 마음속으로 같은 주문을 왼다.

‘지금 이 순간, 내 돈이 나를 대신해 치열하게 일하고 있기를.'


나 역시 그 달콤한 백일몽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남들 몰래 구두 굽이 닳도록 프랑크푸르트의 골목을 훑고 다녔다.


어느 늦은 퇴근길이었다.


금융가의 고층 빌딩 사이로 붉은 노을이 길게 늘어지던 저녁,

늘 걷던 익숙한 골목 한복판에 거대한 공터가 생겨 있었다.

낡은 건물이 헐린 자리엔 휑한 흙먼지가 날렸지만, 내 눈엔 그곳이 다르게 보였다.

빈 공간을 결코 가만두지 않는 이 도시가, 이곳에 거대한 기회를 심으려 한다는 직감이 스쳤다.


그날 밤, 눈을 비벼가며 시청의 도시계획 서류를 뒤졌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금융가 엘리트들을 겨냥한 신축 수익형 서비스 아파트, 즉 분양 호텔이 들어선다는 정보였다.


역에서 도보 2분.

사방이 글로벌 은행으로 둘러싸인 '직세권'의 심장부.

이보다 완벽한 입지는 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시행사 번호를 눌렀다.


때는 2016년, 독일 역사상 유례없는 '제로 금리'의 서막이 오른 해였다.


은행에 돈을 모으는 성실한 이들이 오히려 '벼락거지'가 되어가던 기이한 시절.

2008년 리먼 사태의 파고 속에서도 독일 부동산만은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성벽처럼 버티고 있었다.


투기가 아닌 주거가 목적인 나라, 거품이 낄 틈조차 없던 그 견고한 시장에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믿을 건 오직 독일뿐이다.”


100년 만에 찾아온 운의 추월선이 내 발등상까지 다가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손사래를 쳤다.


‘거긴 너무 비싸서 안 돼", "분양 호텔은 리스크가 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이미 재경팀장의 차가운 계산기로 수익률의 밑바닥까지 훑은 뒤였다.


첫 번째 투자가 이방인의 생존 본능이었다면,

두 번째 투자는 철저한 데이터가 빚어낸 확신이었다.


낮에는 숫자에 매몰된 부장으로 살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프랑크푸르트의 골목을 누비던 그 지독한 발품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독일 부동산 100년 역사상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를 그 현장에서,

나는 내 인생의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나는 시행사와의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차가운 금융가의 빌딩 숲 사이에서,

나는 내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될 그 눈부신 미래를 미리 마주하고 있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