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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Dec 22. 2020

아이돌가수에게 위로받는다는 건


연고도 없는 누군가의 죽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2시간의 통근 버스 안에 앉아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던 나날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울어도되나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주제넘게 슬퍼하는 걸까

내가 뭔데, 내가 뭐라고 그 사람에게 공감을 하나

내 값싼 공감이 싫어서 눈물이 더 나던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은 나의 아이돌이었다.

그 사람이 무대위에서 반짝이던 시절에 나는 중학생이었고,

그 사람이 여자가 되겠다고 모두에게 선언하던 시절에도 그녀는 나의 아이돌이었다. 그 사람이 어디서 뭘하는지 뭘입고 어디서 어떻게 노는지 그런 게 다 궁금했다. 나는 그녀의 일상에 대해 몰랐더래도 내 일상엔 그녀가 있었다.


그사람은 이래서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가 또 그래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나는 그냥

그 사람은 그냥 너무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지

그걸 알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고 알 것도 같은 날들에는 마음이 많이 지쳤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사람이 나는 위안이었다

매력있고 재미있고 인생의 주체성을 쥐려는 사람 같아서 나한테는 위안이었다

그 사람 인생은 오랫동안 그 사람 것이 아니었다. 외부의 욕망이 그 사람 인생을 휘젓고 너무 큰 돈들이 오가며 인생이 너무 상품화되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유를 찾으려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좋았다.



그래서 그 일은 나한테 너무 큰 상처가 되었다

튀는 여자는 죽는다

라는 세상의 시그널 같았다


순응하지 않는 여자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시그널 같아서

그렇게 한달을 보내고, 그 다음의 뉴스는 그냥 몰랐다

그 이상은 못받아들일 것만 같아서


그 사건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싫었다

모두가 틀린말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녀의 죽음마저 어떤 표상이 되어야 하는 게 너무 끔찍했다. 평생 그녀는 누군가의 아이돌이었는데 그녀의 죽음마저 자신의 이데올로기 구축의 일부가 되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되었다. 자아의탁하지말라고 조용히 추모하면 안되냐고 화를 내고 싶었다. 사람마다 추모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냥 슬픈 일이 몰고 오는 여파가 다 싫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어떤 뮤비를 보았다.

유행이 다 지난 후에야 대면할 수 있었던 노래였기에 그제서야 몇번이고 돌려보았다


위로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다 싫은 시간을 지나야 대면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 온다. 외면이 필요한 나날도 있는가보다.


아무튼 아이돌로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이라고 외치던

만들어진 아이돌에서, 스스로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티스트로 변화한

또 다른 아이돌에게 위로받은 새벽이었다.



정해진 이별따위는 없는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 없이 춤을 추는

나의 아이돌을 생각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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