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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Nov 10. 2024

[산책] 왼쪽 혹은 오른쪽의 차도

 산책길 중간에는 몇 차례 차도 옆을 지난다. 동선 덕분에 어떤 구간은 도로의 왼쪽, 다른 구간은 도로의 오른쪽을 걷는다.


 왼쪽 차도는 때로 고통스럽게 눈이 부시다. 하얀 빔을 쏘며 달리는 차들이 급작스레 나타나고는 한다. 급하게 손을 올려 찌푸린 눈을 가린다. 방금 누군가 올라타 침착하게 출발을 준비하는 버스를 바라보던 참에도 뒤로 빠르게 차 한 대가 지나친다. 따뜻한 불빛으로 가라앉던 하루의 잔상이 순식간에 소란스레 뒤섞여 날아간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방향에서는 도로의 오른쪽을 걷게 된다. 차를 등지고 걷기에 눈부심은 없다. 끊기지 않는 생각과 호흡으로 걷는 구간이다. 방금 전의 눈부심도 어두움이 채워 마음은 다시 정리가 된다.


어떤 고통도 마주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은 시대임이 떠오른다.

괜히 돌아가기는 하지만 눈부심이 없을 오른쪽 차도로만 걷는 방향을 상상해 본다. 크게 나쁠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 세상의 일면도 닫아두고 살겠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머문다.


개인의 불편함에 대한 예의의 강요가 자유로운 시대임도 떠오른다.

헤드라이트를 끄고 주행하라 강요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밤 길의 행인을 보호하는 입안 정도가 적당하겠다. 하지만 불빛 없는 도로 위의 차들에 행인이 더 위험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상상 속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스스로의 모습을 멈춘다.


어쩔 수 없는 일.

견딜만한 불편함으로 섞여서 지내야 되겠구나 싶다.


 한편으로 위험하지 않은 이 정도의 불편함은 반갑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의 잔상에는 쌓아두지 않아야 할 것들도 있다. 차들의 헤드라이트를 마주하며 날리는 머릭 속 소란 사이에 하루의 찌꺼기도 말끔히 날아간다.


 어찌 보면 산책의 목적 달성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 들고 나왔던 한 움큼의 고민은 날아가고 몇 가지만 남았지만 그 덕분에 정리해 두었다.  날아간 고민들에도 여전히 정리할 것들이 많지만 어차피 내일 다시 쌓일 것이라 딱히 걱정되지는 않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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