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가 가까운 시간이지만 산책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길가에 작은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간판의 글자들이 어둠에 희미하게 지워진 시간에도, 몇몇 가게는 아직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한 가게 앞을 지나는 길에 무언가를 튀기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벌써 금요일을 떠올리게 하는 치킨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늘은 늦은 시간까지 주문이 많은 모양새다. 평소와는 달리 이 시간에도 틈새로 부산함이 흘러나온다.
산책의 마무리 주택가를 지나는 길, 한 곳에 음식물 쓰레기가 봉투에 담겨 놓여 있다. 악취에 코를 찌푸린다. 급하게 지나치고 싶음에도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멀쩡한 바닥임에도 신발이 미묘하게 달라붙어 걸음은 느려진다. 귀퉁이를 돌아 다시 원래의 걸음을 찾는다.
밤이 설레는 냄새와 코를 찌르는 악취.
이 두 가지는 산책길에 공존한다.
무엇이 삶에 더 가까운 냄새일까?
하루, 몇 달, 몇 년으로도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두가 그 사이에 서있음은 분명하다.
누군가가 건넨 음식을 받아 누군가가 치울 쓰레기를 버린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하루를 버티고 누군가의 위로로 고단함을 녹여낸다.
나는 오늘 누군가의 고단함을 지워주었을까?
산책에는 정리됨과 흐트러짐이 늘 공존한다.
가벼워졌던 걸음은 어느새 출발할 때의 무게만큼 돌아와 있다.
현관에 닿을 때면 본래의 엉킴이 어느새 같은 곳에 자리 잡는다.
아침 출근길, 같은 자리에 이제 악취는 없다.
누군가 밤 길을 돌며 이들을 치웠다.
누군가 계속 이어졌을지 모를 고단함을 끊어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알지 못하는 이의 뒷모습이 아른 거린다.
어제의 밤 그는 만족함과 고단함 어디에 더 가까이 기대어 있었을까.
그와 나,
하루 중 잠시, 마음의 산책길에 잠시나마 가벼움이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