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돈키호테에게 - 로시난테의 고백

2. 돈키호테에게 - 로시난테의 고백



1.


그래 난 늙다리에 병든 준마였어


큰 눈만 멍하니 껌뻑이고

긴 하품에 무거워진 몸을 늘어뜨린

게으른 나귀와 마찬가지였어


사람들은 그런 나를 놀리고 무시했지

그들은 잊어버린 것 같아

나에게도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어여쁜 한 마리 종달새 같이

초록의 들판이며 언덕을 거침없이 내달리던

명마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의 머리는

한낱 늙고 병든 말인 나보다도

훨씬 나쁜 것이 분명해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없었던 것이라 잡아떼 버리고

자기가 모르는 것일랑은

손을 저으며 커다랗게 부정하곤 하거든


어쩌면 그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마음이 나빠서 일거야



2.


세상이 그를 뭐라고 하던 상관없어

돈키호테는 최고의 멋진 사내야

늙은 말이 하는 얘기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해

사람이든 말이든

나이가 들면 현명해지는 법이거든

그래서 내가 사람을 좀 잘 알아보는 편이야


오직 그만이 내가 명마란 걸 알아챈 것 같아

아까 나를 준마라고 말한 건 취소야

살아가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잖아

그건 그냥 나이 든 말의 겸손이었다고 이해해 줘


그것 봐, 한 수 물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 일이니


아무튼 나나 돈키호테는 늙은 게 아냐

그냥 살아온 날이 많아진 게지

나이 든 돈키호테, 그도 나처럼

크고 밝은 눈을 가진 것이 분명해


그래 나에겐 지금의 그가 최고야

내 등에 올라타서는 우쭐거리면서

혼자서 온갖 꼴값을 떨곤 하던

여느 기사 놈들보다

그는 젊고 잘 생기고 용감한 멋진 사내야

그런 돈키호테를

늙고 병들었지만 현명한 눈을 가진 나는

진정한 기사라고 부르고 있어

나는 알아

멋쟁이 기사 돈키호테는

탑에 갇혀 있는 공주님을

꼭 구하고야 말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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