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카라바조와 [르네상스]

18. 카라바조와 [르네상스]


어느 시대를 살아간들,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돌아보며 "그때는 그런 어려운 시대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이겠지만, 카라바조가 살아간 시대를 떠올려 보게 되면 유독 '혼란'과 '격동'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1347년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이래로 1340년대에만 2,500명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The Black Death 또는 the Pestilence, the Great Mortality, the Plague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이, 다행히 대유행기를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유럽 땅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고(14세기부터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켰던 흑사병은 최초의 확산 이후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유럽 곳곳을 휩쓸었다.), 그 영향력이 쇠퇴하기 하였지만 교회는 여전히 사회의 중심이며,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꽃을 피운 인본주의 의식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구조를 바꾸어가고 있던 '격변의 시대'를, 카라바조는 살아갔다.


아무리 환경적인 여건이 어려워진다 해도 '미'(美,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멈출 수 없는 것이 우리라는 인간인가 보다. 때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집착이 '인간을 인간다울 수 있게 해주는 미적 수단이자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미의 추구를 통해 영혼을 정화시키고, 미를 누릴 때 비로소 풍요의 호사로움을 느끼게 되는, 자연계에서의 유일한 존재이다. 카라바조 또한 그 우리라는 부류에 속하는 한 사람의 예술가였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카라바조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예술 양식은 [르네상스 양식]과 [매너리즘 양식]이다. 그중에서 [르네상스 양식]은 비록 카라바조가 태어나기 전에 유행하긴 했지만 카라바조가 미술을 익히고 화가로써 활동하던 당시에도 예술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에 카라바조 또한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르네상스 양식]의 뒤를 이어 나타난 [후기 르네상스 양식]이라고도 불리는 [매너리즘 양식]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카라바조의 예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카라바조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두 양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르네상스]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르네상스]

14세기 후반에 이르러 유럽 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조류를 타고 밀려든 인본주의 의식의 확산으로 인해, 신의 대리인이라는 권위를 바탕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면서 종교에서 만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교황과 교회의 권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었고, 도시라는 근세적인 형태의 공동체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중세사회의 바탕이었던 전통적인 봉건제도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쳐, 중세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예술 양식과 문화 사조를 새롭고 다채로운 바다를 향해 나아가게 만들었다.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후반 또는 16세기까지(학자에 따라서는 14세기부터 17세기 말까지를 "Long Renaissa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신이 세상과 만물의 중심'이라고 여기던 중세적인 가톨릭 사상에서 벗어나,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의 회귀를 통해, 근세적인 인본주의의 초석을 마련한 거대한 흐름을 [르네상스](The Renaissance)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초기 근대 유럽의 지적 성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문화 운동으로, 유럽 대부분의 나라로 퍼져 나가면서 예술과 건축, 철학과 문학, 음악과 과학, 기술과 정치 및 종교와 같은 인간의 지적 탐구가 바탕인 모든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하이 르네상스]

한국어로는 [전성기 르네상스]라고 번역되고 있는 [하이 르네상스](High Renaissance)는 1495년 또는 1500년 경에 시작되어 1520년 라파엘로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난 것으로 보고 있는 예술의 양식이다. 하지만 연구자에 따라서는 [하이 르네상스]의 끝을 1525년 경, 또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Charles V, 1500 – 1558)의 군대에 의해 로마가 약탈을 당한 1527, 또는 1530년 경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이 르네상스] 시기의 회화 및 조각, 건축을 대표하는 예술가로는, 화가이자 제도사(draughtsman)이고, 엔지니어이면서 과학자이고, 이론가이자 조각가이면서 또한 건축가이기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 – 1519)와,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건축가이고 시인이기도 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 –1564), 화가이자 건축가인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 – 1520)와 건축가이자 화가인 브라만테(Donato Bramante, 1444 – 1514) 등이 있다.


근래에 와서는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를 [하이 르네상스]라는 용어로 특정하는 것이 당시의 예술적인 발전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며, 역사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몇몇 상징적인 작가와 작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의 연구자들에 의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하이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한 거장들의 명성과 그들의 눈부신 작품들로 인해, 대개의 경우는 [하이 르네상스]가 곧 [르네상스]라고 인식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르네상스]의 어원

[문예부흥]으로도 불리고 있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는 이탈리아의 화가 겸 건축가, 미술사학자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년 - 1574년)가 그의 저서 <뛰어난 화가와 조각가, 건축가의 생애>(Lives of the Excellent Painters, Sculptors, and Architects)에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작품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의 부활’이라고 평가하면서 사용한 이탈리아어 [리나시타](rinascita, 부활)에서 유래한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생애>라고도 번역되고 있는 [조르조 바사리]의 이 책은 2개의 다른 에디션으로 출판되었는데, 2권으로 된 첫 번째 에디션은 1550년에, 3권으로 된 두 번째 에디션은 1568년에 각각 발간되었다.


이후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쥘 미슐레](Jules Michelet, 1798년 - 1874년)가 16세기의 유럽을 문화적으로 신시대라는 의미로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는 16세기에 있었던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의 현상에 대해 프랑스어로 '탄생'을 의미하는 단어인 'naissance'에 '다시'를 의미하는 접두사인 're'를 붙여 '재탄생' 또는 '부활'이라는 뜻의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르네상스]의 개념

[르네상스]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개념은 [예술사의 아버지](the Founding fathers of Art History) 또는 [문화사의 창시자](the Original Creators of Cultural History)라고 불리고 있는 스위스의 예술과 문화 사학자인 [야코프 크리스토프 부르크하르트](Jacob Christoph Burckhardt, 1818년 - 1897년)에 의해 정립되었다.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를 ‘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이 모든 것의 척도였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절로 복귀하려는 인문주의(humanism) 운동’이라고 정의하였다. 물론 [르네상스]식 인문주의가 '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을 의미한다는 것과 '[르네상스]가 근세의 시작이며, 중세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라는 [부르크하르트]의 [르네상스관]은 [르네상스]의 특정 면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다소 편향된 개념일 수가 있어, 후대의 학자들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예술사와 문화사에 끼친 [부르크하르트]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르네상스]에 대한 그의 견해와 연구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르네상스]의 개념에 대해서는 예술학자, 문화학자, 사회학자들이 그들의 연구방향과 시야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쥘 미슐레]가 말한 '부활' 또는 '재탄생'이란 의미와 [부르크하르트]의 정의를 종합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해도 좋을 것 같다.


"[르네상스]는 기독교가 중심이었던 중세적인 세계관에서 깨어나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본주의 세계관을 시대에 맞춰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예술과 문화 및 사회 전반에 있어서의 휴머니즘(humanism) 운동이다."


주)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르네상스]의 개념과 역사는 [르네상스]의 연구에 있어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르네상스]는 인류의 지적 활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쉬프트 시킨 거대한 물결이다. 그렇기에 지금껏 수많은 학자들이 [르네상스]에 대해 연구하였고,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 중이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그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7. 로마에서의 행적을 통해 본 카라바조의 성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