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르네상스 양식]과 [매너리즘 양식]은 카라바조의 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예술 양식이다. 이 장에서는 이 중에서 [매너리즘 양식]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을 집어 보기로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인체의 비례와 아름다움을 이상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들은 또한 작품 속의 인물과 사물의 구도에 있어서도 기하학적인 분석과 설계를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뤄내고자 하였다. 예술에서의 이러한 사조는 16세기 초반의 [하이 르네상스](High Renaissance, [전성기 르네상스]) 시기까지 이어졌다.
[하이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 일단의 작가들은 이러한 [르네상스 양식]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싫증이 났거나 모종의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한 감정은 '완벽함'에 대한 인간적인 반감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그 시대의 작가들은 [르네상스] 작가들이 탄생시킨 위대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과 같은 기법이나 표현방식으로는 도저히 그들만큼 해낼 수 없을 거라는 좌절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르네상스]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도대체가 끼어들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인간적이지 않다고, 근심 어린 불평 또한 쏟아내었을 것이다.
하긴, [르네상스]가 인본주의를 추구하는 사조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르네상스] 시기에 제작된 위대한 작품들에서 찾아지는 '완벽함'은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게 던져진 '완벽함'에 대한 요구이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숨이 막힐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그 동기가 어찌 되었건 간에 [폰토르모](Jacopo da Pontormo, 본명은 Jacopo Carucci(1494 – 1557))와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본명은 Girolamo Francesco Maria Mazzola(1503 – 1540)), [엘 그레코](El Greco,1541 - 1614)와 같은 화가들은 전통적인 르네상스 화가들과는 다른 그들 나름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들을 [매너리즘 양식의 작가]라는 뜻의 [매너리스트(Mannerist)]라고 부르고 있다.
[매너리스트]들은 인체의 표현이나 색채, 피사체의 구도에 있어서 [르네상스]적인 아름다움이나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목적을 가진 분명하고 색다른 느낌’을 부여하고자 노력하였다.
[매너리스트]들은 이것을 위해 원근법이나 공간의 비례 같은 기하학적인 구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인체의 특정한 부분을 비정상적으로 보일만큼 과장 또는 왜곡시켜 표현하고, 전통적인 기법과는 다른 과감한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미묘하게 세련되면서도 차별화된 우아함을 자신들의 작품에 담아내려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매너리즘]을 ‘전통주의가 퇴보한 양식’이라거나 ‘전통주의가 소멸해가는 위기의 시대에 나타난 양식’ 정도로 보고 있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어쨌든 [매너리즘 양식]의 감성적이고 다양한 색채의 사용과 구도와 상황의 극적인 표현 방식은 전통적인 [르네상스 양식]과 함께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기틀을 제공하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의 회귀를 통한 예술과 문화의 부흥과, 과학에 대한 탐구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던 [르네상스 양식]은 16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매너리즘](Mannerism) 또는 [마니에리즘](Manierismo, Maniérisme)이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 양식과 공존하게 되었다.
[매너리즘]은 이탈리아어의 ‘스타일’ 또는 ‘양식’을 뜻하는 단어인 ‘마니에라(maniera)’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매너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의 [매너리즘]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나타나는 버릇’, ‘글이나 그림과 같은 창작활동에 있어서의 타성에 젖은 기법’, 또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였던 지나치게 기교적인 미술의 한 양식’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또한 [매너리즘]은 예술의 한 사조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한국어 사전에서는 [매너리즘]을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고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떤 것이나 어떤 일이, "매너리즘적(mannerism的)이다." 또는 "매너리즘에 빠졌다.(fall in mannerism)"라는 것은, 그것이나 그 일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 표현 방법이나 풀이 방법이 틀에 박힌 듯 늘 특정한 방식으로만 진행하여, 독특함이나 신선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매너리즘]을 간단하게 얘기를 하자면 ‘[르네상스]의 전성기에 완성된 예술 양식의 뒤를 이어 나타나, 1600년대 바로크 양식이 시작될 때까지, 회화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예술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매너리즘]은 [하이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이어주는 교량적 역할을 하는 예술 양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16세기 [하이 르네상스]식 고전주의의 쇠퇴 또는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사에서는 [매너리즘]을 어떠한 시야로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표방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 자료들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후기 르네상스][1][2]라고도 알려진 [매너리]즘은 1520년경 이탈리아의 [하이 르네상스] 후기에 등장하여 1530년대에 널리 퍼져나가서 16세기 말경에 [바로크 양식]에 의해 ‘광범위하게’ 대체될 때까지 지속된 회화, 조각, 건축과 장식 예술의 한 사조(style)이다. 유럽 북부지역의 [매너리즘]은 17세기 초반까지 계속되었다.
옥스퍼드 사전(Oxford Learner's Dictionaries)의 영문 자료에서는 [매너리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그림이나 글에 있어 특정한 스타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2) 16세기 이탈리아 미술에서 사물을 자연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특이하게 보이거나 평상시의 모양을 벗어나게 한 스타일
3) 누군가가 가지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한 습관이나 말투나 행동 방식
[매너리즘]을 [르네상스]와 연관을 짓게 되면 예술에 있어서의 [매너리즘]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1)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반고전주의적인 예술의 양식
2) [르네상스]의 고전주의 양식을 모방하던 화풍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예술의 양식
3) 16세기 유렵에 불어 닥친 사회적·정신적인 위기를 반영한 예술의 양식
4)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행기의 예술의 양식
지금까지 [매너리즘]의 의미와 그 특징을 여러 가지 문헌 자료들을 통해 살펴보았다. 언급한 바와 같이 [매너리즘]은 [하이 르네상스] 후기와, 카라바조가 문을 열고 들어 간 [바로크] 사이에서 두 개의 사조를 이어주는 교량의 위치에 서있던 예술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