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감성적 가치란 무엇인가

7. 감성적 가치란 무엇인가

1. 가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것’이라고 특정 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이든지 또는 그렇지 않은 것이든지 간에 인간과 연관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가치’라는 것이 부여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실은 ‘어떤 것에 대한 가치’라는 것은, 대상이 되는 개체가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그것에게 부여된 ‘간접적이고 상대적인 값’이란 점이다. 가치란 '인간에 의해 매겨지는 값'이기에 가치를 매기고자 하는 인간의 과거 및 현재의 여건은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행위적으로 보자면 가치란 것은, 가치가 매겨지거나 가치를 갖게 되는 대상이 능동적인 행위를 통해 스스로 취득할 수 있는 값이 아니라 수동적인 입장에서 부여받게 되는 어떠한 값인 것이다. 따라서 가치가 가지게 되는 여러 속성들 중에서 ‘여건에 따른 가변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가치란 것은 그것에게 얼마만큼의 값을 부여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이다. 그렇다면 ‘값’이란 것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값이란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사물의 중요성이나 의의’를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가치는 시장에서 매겨지는 화폐적인 값어치(값어치란 사전적 의미로는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쓸모나 가치’이다), 즉 ‘얼마만큼의 화폐로 교환이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좁은 의미에서의 가치에 해당한다.


가치란 정량적인 가치와 정성적인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정량적인 가치는 크기나 정도와 같이 물리적 유형성 기반의 단위를 통해 나타내는 형이하학적인 값어치고, 정성적인 가치는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형성을 기반으로 측정하는 형이상학적인 값어치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 인간은 이러한 가치의 개념에 대해 혼동하며 살아간다. 누군가 어떤 것의 가치에 대해서 언급할 때면, 그것은 그 대상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성적인 가치나 감성적인 가치 또는 그것들이 혼합된 가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때 본질적 가치를 ‘개체가 지닌 물리적 특성에 대한 시장에서 값어치’로 해석하면 이에 관련된 문제가 간단해지지만, ‘개체 자체가 지닌 절대적 본질에 대한 값어치’로 해석하게 되면 ‘개체의 본질’과 같은 보다 높은 철학적인 해석을 동원해야 하기에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비해 감성적 가치는 오직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부가적이고 상대적인 정성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2. 감성적 가치란 무엇인가


감성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몇 가지의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들 감성적 가치를 ‘가장 인간적인 가치’라고 말하고 있다. 감성적 가치가 가장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철저히 인간의 마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치는 감성적 가치(emotional value)와 감상적 가치(sentimental value)가 있다. 감성적 가치는 감상적 가치를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가치이며 소중한 추억이나 특별한 의미, 각별한 애정과 같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감성적인 요인이 덧붙여진 형이상학적인 값어치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감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상황적인 여건에 좌우되기 마련이라 동일한 개인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의 느낌이나 기분, 주변의 상황에 따라 큰 변동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감성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척도를 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성적 가치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떤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가 가치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감성적 가치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또한 필요하다. 흔히 이성적이란 것을 감성적이라는 것보다 단순하게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감성과 감상’, ‘감성의 변동성’, ‘감상의 변덕스러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곡해를 통해 뒤틀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일단의 감성주의자들에 의한 억측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감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 무언가를 느끼기, 어딘가를 바라보기, 고개 돌려 뒤돌아보기, 정해지지 않은 먼 곳을 바라보기,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원망하기, 기뻐하기, 흥분하기, 슬퍼하기, 외로워하기와 같이 인간은 다분히 감성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고 그렇기에 때로는 신비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감성적 가치란 것은 개개인이 가진 감성의 변덕스러운 기복만큼이나 가변적이기 마련인 것이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과 독서와 사색과 산책과 여행과 부단한 사회적인 활동과 같이 ‘깊이 생각하고 판단과 행동의 자제력을 발휘하게 하는’ 다양한 내적이고 외적인 요인이 인간의 감성에게 더해져야만 한다.


사실 제대로 살펴보게 되면 이성적이란 것에는 감성적이란 것 보다 훨씬 복잡한 행위와 넓은 의미가 얽혀있음을 알게 된다. 이성적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reasonable에는 '사고하는'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the reasonable creature’를 ‘사고하는 존재’, ‘사고하는 피조물’, ‘사고하는 인간’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즉 이성적인 인간이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적인 특성을 제대로 갖춘 인간다운 인간이란 말이 된다.


이성적 가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은 시장가치란 것과의 혼동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시장가치란 것은 현재 시장에서의 재화가치(Market Value), 즉 ‘지금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 실제로 거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재화적인 값어치’를 말하는 것으로,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평가한 정형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얼핏 시장가치가 이성적인 가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가치를 결코 이성적 가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식의 저작거리 여기저기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내가 나름 지식인이네’ 하는 이들이 늘어놓은 이 글 저 글들이 늘려있다. 그들의 글을 보노라면 가치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하게 고찰을 하지 않은 듯이, 시장가치를 마치 이성적 가치인양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편견과 오역, 오판은 주로 감상적 가치 또는 감성적 가치에 대해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일부 글발 강한 이들이, 이성적 가치를 마치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물질적 가치로 낮추어 한정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성적 가치의 판단에 있어 사물이 가진 물리적 상태를 기반으로 한 시장가치란 게 어떻게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한 가치가 마치 이성적 가치 그 자체라고 말하는 이러한 행태에는 분명 큰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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