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랑, 그 어리석지만 아름다운 집착에 대하여

15. 사랑, 그 어리석지만 아름다운 집착에 대하여


카뮈와 마리아, 상드와 쇼팽, 그와 그녀,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어떤 존재란 말인가. 여자가 남자의 집이란 것에 대해, 남자가 여자의 창이란 것에 대해, 다른 어떤 이견을 달기는 싫지만 여자는 남자의 눈을 멀게 하고, 여자에게 가장 중독성 강한 유혹은 사랑이기에,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사랑 그것은, 가장 완벽한 패러독스일 수도 있겠다.


어느 글쟁이인들, 어느 그림쟁이인들, 어느 조각 쟁이인들, 어느 음악 쟁이인들 사랑에 대해 다루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만은, 마치 물안개 가득한 베네치아의 가면 뒤편으로 숨어버린 듯 정체 뿌옇기만 한 그것에 대해, 진정으로 알게 된 이는 누구인지, 알았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늘은, 한 뼘 햇살 가림 없는 센강의 강변 카페의 하얀 테이블보 곱게 펴서 덮은 테이블에 앉아,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의 ‘사랑론’을 애프 눈 티세트 삼아, 시간이란 게 마치 한 없이 주어진 공기와도 같은 것인 양 느긋하게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나의 격한 집착은 뜰로 난 창문처럼 죽음을 향해 있네."


하긴 집착이 아닌 사랑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을 향한 통제할 수 없는 집착은 모난 돌멩이 울퉁불퉁 깔려 있는 거칠기 짝이 없는 들판이라도 벌거벗은 채 내달리게 만들기 일쑤이니, 비록 그 끝이 막다른 벼랑일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그의 또는 그녀의 팔을 잡아 멈추게 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지독함을 꿈꾸는 것이 사랑이기에, 비록 그것이 죽음을 향해간다고 한 들, 사랑을 향해 격하게 달려가려는 영혼의 충동을 제어하려는 짓 따위는 한낱 자기기만일 뿐이다.

결국, 스스로에 의한 스스로에 대한 위안만큼이나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 먼 산 위에 걸린 무지개를 향해 난 사랑이란 뿌연 창인 것이다.


찻잔이 식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구름 없는 하늘을 높이 오른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쬔다. 꽃무늬 곱게 새긴 속 하얀 찻잔의 수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차향이 몇 점 물입자로 남아 빛의 파동을 산란시킨다.

떠나지 않은 사랑의 향기에 떨리는 눈을 감는다.

"여태, 거기에 남겨져 있었구나."

"사랑은, 애착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집착이라는 것을, 어리석게도 여태 알지 못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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