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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증후군 -1

페르소나들과 증후군의 사회

반 고흐 증후군 -1



자해를 통한 현실로부터의 자위: <반 고흐 증후군>

1888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의 일이었다.

우리에게 [고흐]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천재 화가 [빈센트 빌름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30 March 1853 – 29 July 1890)는 평소 친하게 지내오던 동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7 June 1848 – 8 May 1903)과 크게 다투었다.

그날의 다툼은 다른 날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심했던 것 같다.

다툼은 사람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고흐가 그 다음에 행한 행동들에 있다.

그날 있었던 고갱과의 그 다툼이 고흐에게는 아주 특별하게 작용하였다.

고흐는 자신의 왼쪽 귀를 스스로 잘라내는, 정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거기에다가 한술 더 떠서 잘라낸 자신의 귀를 매춘 여성에게 선물까지 하였다.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JPG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1889년, 유화, 60cm X 49cm, 코톨드 인스티튜트 미술관(Courtauld Institute of Art), London, UK


이해하기에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기괴하기까지 한 그런 끔찍한 행동을 한 두주 후에 고흐는,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 그림이 지금 런던의 코톨드 인스티튜트 미술관(Courtauld Institute of Art)에서 소장하고 있는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이다.

그날 고흐가 저지른 그 사건에서 연유하여,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해행위를 <반 고흐 증후군>(Van Gogh Syndrome)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내고 2년이 지난 1890년의 여름에 고흐는 들판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발사하였고, 이틀이 지나 죽게 된다. 자신의 신체를 자해하는 행위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고흐를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화가의 이름을 딴 <반 고흐 증후군>은, 고흐라는 화가가 저지른 것과 같이, 자해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적인 질병을 특정지어 부르는 용어이다.




양극성장애로서의 <반 고흐 증후군>

자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몸을 스스로 다치게 함’이다. 결국 자해란, 자신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체의 일정 부분에 상처를 주는 자기상해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반 고흐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화가 고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신체에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증세에 따라 정도와 부위, 빈도와 방법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자기상해행위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발성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자에 따라서는 칼 또는 불과 같은 도구를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미용의 목적을 넘어선 과도한 문신과 피어싱 또한 자기상해의 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반 고흐 증후군>은 정신의학에서 양극성장애(兩極性障礙, bipolar disorder, 조울증) 또는 양극성기분장애(兩極性氣分障礙)라고도 말하는 조울증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성장애를 사전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양극성장애(조울증)

양극성장애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함으로서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높은 수준의 일을 시도하고, 일반적인 상태보다 말이 많아지며 수면 시간이 짧아져도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되는, 과도하게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인 조증상태와 흥미의 상실, 의욕의 결핍, 슬픔 등을 과도하게 느끼는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인 울증상태(우울증상태)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어느 한쪽이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양극성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조증증상과 우울증증상은 지속되지는 않고, 일정 기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때 그 패턴은 중세가 발현되는 사람에 따라 규칙적일 수도 있고 불규칙적일 수도 있다.

양극성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기분과 활력, 생각과 행동에서의 극단적인 변화(상승과 하강)를 목격하게 된다.

이와 같이 양극성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조증’ 상태와 ‘우울증(울증)’ 상태로 드라마틱하게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 및 이에 따른 신체의 반응이다.

양극성장애는 또한 망상과 환각 같은 정신질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양극성장애는 정신분열병과 함께 2대 정신병의 하나이다.


조증(躁症, Manic Episode, Mania)

조증은 기분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지나치게 상승한 상태에 해당하며 과도한 기분의 고양, 의욕의 항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조증이 나타나는 기간을 조기(躁期)라고 하며 이 기간에는 과도하게 강한 흥분, 과대망상, 떠들썩함, 수다, 주의산만, 과민상태 등을 겪게 된다.

조증을 겪는 사람은 말이 많아지고 말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목소리가 커지고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주제가 빠르게 변화된다.


행동에 있어서는 극단적인 반응, 과도한 낙관이나 열광,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의기양양함,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부주의한 행위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조증상태에서 매우 사교적이며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몸짓이 과도하게 많거나, 정신 없을 만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생각에 있어서의 지나친 과장과 자만심, 허풍 등과 같은 조증의 특징들을 그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조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는 타인에 대한 폭력이다.


울증(우울증, 憂鬱症, Depressive Episode, Depressive disorder)

우울증(울증, 우울병)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울증이 나타나는 기간을 울기(鬱期)라고 하며 이 기간에는 기분이 과도하게 언짢아서 지나친 고민, 신체적 정신적 무능 상태, 자신과 현실에 대한 비관, 세상에 대한 염세, 인생에 대한 허무함 따위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슬프고 낙담하여 몸과 마음이 축 처지게 되고 활기와 즐거움, 자신의 주변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된다. 식욕이 떨어지며 깊은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울기에서는 과도한 긴장감과 절망감, 과도한 불안감으로 인한 불안망상, 지나친 흥분으로 인한 행동과다 상태를 보이게 되고 또한 기분이 저하되며 슬프고 의기소침하며 자기비난과 자기 경시로 인한 허무주의에 빠지게도 된다.

울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는 자살이다.


상기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양극성장애는 조증과 울증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상태에 빠지게 되는 정신적인 장애를 말하는 것으로 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장애로는 해리장애를 들 수 있다. 해리장애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별도로 다루고 있다.


조울증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조현병(schizophrenia, 정신분열병)’을 함께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 중에 일부는 자신의 신체에 심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불구공포 망상증(기형이나 변형에 대한 비정상적인 공포)’을 함께 앓기도 한다.

이와 같이 복합적인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자신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행위(자기상해 행위)를 한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이때 그들에게서 해리현상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거나 다쳐도 아픔을 느끼지 않는 신체적 감각의 마비와 상실 상태에 빠지게 되며, 또한 이러한 행동에 수반되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마비와 상실 상태 또한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고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고흐는 울증 상태에서 감정의 상실에 따른 신체적 감각의 마비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자신의 귀를 자르는 순간 고흐 또한 분명 고통을 느꼈겠지만, 그 정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크게 달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잘린 귀를 보관하고 있다가 매춘 여성에게 선물로 줄 수 있었으며 잘린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에는 자신이 자기 자신의 신체에 저지른 상해행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자해행위를 통해서 당시 자신을 사로잡고 있었던 분노와 불안함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념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by Dr. Franz KO,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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