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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되기’를 이해하기 위한 들뢰즈의 개념들

‘소수되기’를 이해하기 위한 들뢰즈의 개념들


들뢰즈는, 다수의 코드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 또한 스스로의 재코드화를 끊임없이 추구함으로서, 자본주의의 파시스트화에 대항해야 한다는 해법을 ‘다수-소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자본주의가 파시스트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의 일종이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자본주의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 들뢰즈는 마르크시주의자이긴 하지만 ‘수정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들뢰즈가 말한 ‘다수-소수 문제’에 대한 해법의 구체화는 ‘소수되기’와 ‘소수의 연대’를 통하는 것이다. 


들뢰즈가 제시한 다수-소수 문제에 대한 해법에는 ‘되기’라는 것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토화’, ‘탈영토화’, ‘탈주’, ‘배치’ 등과 같이 들뢰즈가 사용한 몇 가지 용어들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용어들을 이해하는 것은 들뢰즈의 철학을 이해하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되기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되기’란 영어로는 ‘becoming’으로 이는 ‘다른 삶으로 이행하는 것’ 또는 ‘현재의 영역 바깥으로 이행하는 것’에 해당하는 들뢰즈 식의 철학 용어이다.      


들뢰즈는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에 한사람이니만큼 그의 철학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이가 깊고 복잡하며 또한 난해하기까지 해서 단지 몇 줄의 문장만으로 그것들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프랑스인인 들뢰즈가 자신의 철학을 기술한 문장들은, 당연히 프랑스어로 써졌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또는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맥의 흐름에 따른 표현의 미묘한 차이’와 ‘어떤 하나의 단어가 가질 수는 있는 의미이기에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전적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의미’로 인해 발생하는 번역상의 문제가 어느 정도는 내포될 수 있다는 점을 아울러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와 관련된 부분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1980)을 통해 접할 수 있으며 그것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배치: ‘배치’는 들뢰즈와 카타리의 공동 저서인 <천 개의 고원>을 떠받치고 있는 개념적인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 단원에 연이어 나오는 ‘카프카의 배치와 들뢰즈의 배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에 앞서 배치의 대상이자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기계’(machine)라는 개념을 소개 한다.    

  

• 기계: 들뢰즈는 살아있는 것을 포함한 모든 개체(entity)를 ‘기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들뢰즈가 개체들을 기계라고 보는 것은, 하나의 기계는 다른 것, 또는 다른 것들과 접속함으로써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속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속성 자체에 변화가 생기거나 어떤 속성이 가진 값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서 들뢰즈의 기계는 개체의 특성들 모두를 그대로 가진 ‘개체로서의 기계’이거나, 그것들 모두를 가진 채로 일부분이 확장된 ‘확장된 개체로서의 기계’가 된다.     


• 속성: 속성이란 개체가 현재 가지고 있는(또는 소유하고 있는) 어떤 형태의 값을 말하며 하나의 개체는 여러 종류의 속성들의 집합의 형태로 구성된다. 이때 어떤 하나의 개체는 변하지 않는 유일하고 단일한 속성들만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단독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개체들과의 연결을 통해 속성 값의 변화를 겪게 된다. 대부분의 속성이 가변적이긴 하지만 개체에 따라 어떤 속성은, 오직 그 개체만이 가진 유일한 것일 수 있으며 이때 그 속성은 그 개체를 특정할 수 있는 핵심 속성(key attribute)이 된다.   

   

•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들뢰즈가 말한 영토화(territorialization)와 탈영토화는 언어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언어와 비언어 사이, 그리고 동물과 식물과 같이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들뢰즈는 영토화와 탈영토화를 설명하기 위한 예로서 말벌과 오르키데(orchid)의 관계를 들고 있다. 난초의 일종인 오르키데는 말벌을 유혹하기 위해서 말벌의 색깔을 흉내 냄으로써 자신을 탈영토화 시킨다. 이때 말벌은 탈영토화한 오르키데의 이미지를 재영토화를 통해 인식함으로서 오르키데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제 말벌은 오르키데의 꽃가루를 몸에 묻힘으로서 오르키데의 재생산시스템의 일부분이 되어 자신의 영토로부터 탈영토화하게 된다. 오르키데는 자신의 꽃가루가 다른 오르키데의 꽃으로 옮겨질 때 재영토화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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