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지독스러우리만큼 양면적인 존재이다.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행동하는 것에서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서도 양면적이라서 “아마도 영혼조차도 양면적일 거야”라는 의심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라는 현실세계에서의 인간이다. 인간의 양면성을 다른 말로는 이중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이런 이중성의 대부분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어렵지 않게 읽혀지게 되지만, 인간에 따라서는 그 두 개의 면 중에서 강한 한쪽 면만이 그 사람 자체인 것처럼 비쳐져서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왜 이런 성가신 일이 생겨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밤의 검은 어둠 속에 저 혼자 하늘에 걸려있는 달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달의 양면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양면적인 존재는 달이다. 달에게는 두 개의 면이 있다. 지구를 등진 한쪽 면은 영원히 어둡지만 지구를 향하고 있는 다른 한쪽 면은 태양을 따라 가며 빛나고 있다. 지구상에서 달을 찍은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달은, 인간이 볼 수 있는 한쪽 면조차도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흑백논리는 이러한 달의 양면성에 바탕을 둔 것일 수 있다.
달은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갖고 있는 하나 밖에 없는 지구의 위성이다. ‘오직 하나’라는 것에는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달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지구의 땅덩어리에 발을 붙여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볼 수 있는 면은 지구를 향하고 있는 오직 하나의 면일 뿐이다.
그나마 그 면조차도 태양의 빛을 따라 밝은 쪽과 어두운 쪽으로 갈라지고 있지만(보름달이라고 불리고 있는 full moon일 때만 제외하고서는) 인간은 지구를 향하고 있는 한쪽 면에게 ‘밝은 면’이라는 이름으로 붙이고 있다. 어찌되었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어두운 면’이라고 부르고 있는 달의 반대쪽 면에 대해서는 태초에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달은 지구를 중심에 두고, 우주라는 무한의 공간을 지구와 함께 돌고는 있지만 지구상의 인간에게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결코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달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이, 자신의 한쪽 면만을 타인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비록 그것이 자신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안다고 해도, 달이 그렇듯이 본능과도 같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타인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보여주고 있는 한쪽 면을 우리는 ‘사회적인 면’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것이 발현시킨 정체성에게 ‘사회적 정체성’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결국 한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인격’은 그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인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한쪽 면이 그러하듯이 ‘숨겨진 면’ 또는 ‘가려진 면’으로 불리고 있는 어두운 면은 흔히 부정적이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것에게 연결되곤 한다. 인간에게 있어 어두운 면은, 인간의 내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내면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꼼지락거리기만 하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인격’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은 언제든 자신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긴 하지만, 자신이 나설 때를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음흉한 인격인 것이다.
인간은, 어두운 면의 지배 속에 있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그에 따라 비이성적이고 부정적이면서 통제할 수 없는 육체적 행위를 비주기적이지만 반복해서 행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겪게 되는 일이지만 그 출현빈도에 따라서는 ‘반사회적’이거나 ‘이상 인격적’인 성향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의 이름 앞에 ‘천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예술가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그들 천재 예술가들에게서 발견되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또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만, 비록 자신을 진정한 예술 애호가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 애호가라고 한들 그 또한 그녀 또한 대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카라바조의 초상화
Chalk portrait of Caravaggio by Ottavio Leoni, c. 1621.
카라바조(1571-1610)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Caravaggio) 또는 아메리기 다 카라바조(Amerighi da Caravaggio)이다.
대중은 원래 고막이 얇아서 가벼운 가십거리에도 심하게 떨리고, 눈꺼풀이 가벼워서 쉽게 열렸다가도 금세 닫혀버리는 존재이다. 카라바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의 이름 앞에 ‘천재 화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지만 어두운 면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 예술가이기에, 대중의 호기심 어린 추문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