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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말하는 인생의 도끼가 되는 책과 책 읽기

카프카의 책은 도끼다

인생의 도끼가 되는 책: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소위 ‘유명 작가’라고 불리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프란츠 카프카 또한 많은 명언들을 남겼다.

사실 그것들은 카프카가 의도적으로 남기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카프카의 일기장과 글 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던 텍스트들을 그를 따르는 독자들과 평론가, 문학자들과 문학 작가들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어쨌거나 그것들 중에는 “책은 도끼다.”라고 알려져 있는 짧은 문장 한 줄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영문은 “A book must be the axe.”이다.

이 문장은, 이것을 인용하고 있는 문단의 앞과 뒤의 문맥에 따라서 “책은 도끼다.” 이외에도 “책은 도끼이어야 한다.” 또는 “책은 도끼인 것이 분명하다.”라고 번역하거나 그것들에게 주관적인 살이 다소 붙어서 의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식으로 이 문장을 번역하건 간에 ‘책이 도끼’라는 카프카의 말은 “책을 읽는다.”는 것과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카프카 자신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견해를, ‘도끼’라는 물질적인 상징물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책은 도끼’라는 이 문장의 길이는 짧지만 문장이 주는 임팩트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아주 강렬하다.

그것은 카프카가 이 문장에서 책이라는 ‘문학을 대표하는 수단’을 ‘도끼(axe)’라는 물체와, 의도를 한 것이건 아니건, 자극적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또는 ‘읽을 책 선택하기’, 또는 ‘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의 중요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도끼’라는 단어가, 그 강렬한 단어적 느낌으로 인해, 읽는 이 저마다의 주관적인 해석이 난무하게 만들고 있는 긍정적인 부작용(副作用)을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부작용이란, 나타나서는 안 되는 ‘부(不)작용’이나 ‘역(逆)작용’ 또는 부정적인 작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는 side effect, 즉 ‘그 본래의 작용 이외에 부수적(附隨的)으로 일어나는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대게의 부수적인 작용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 또는 좋지 않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는 하지만 ‘책은 도끼’라는 카프카의 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작용(positive side effect)을 기대해도 좋겠다.


이와 같이 카프카의 “책은 도끼다.”라는 텍스트가 낳고 있는 현상을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발표 따위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어 일어나는 반응인 “반향(反響)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하는 편이 옳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카프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카프카가 말한 도끼란 게, 부수적으로 일어날 반향을 미리 예상하고 던져 놓은 카프카만의 정교한 문학적 장치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또한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책과 도끼’라니, 조합되기 어려울 것 같은 이 두 개의 단어가 한 줄의 짧은 문장 안에서 바로 곁을 지키고 있으니, 그것도 카프카라는 대문호가 남긴 텍스트에서라니, 무수한 연상이 떠오르게 되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책이 도끼라는 카프카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책의 작용과 어떤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와 같은 ‘책 선택하기와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기에, 카프카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해석이라면 그 모든 것이 적합한 해설이며, 어느 것이나 충분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욕에서, 고일석(Dr. Franz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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