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에 대한 몽환의 사색
지혜에 대한 몽환의 사색
첫 번째, 시적 지혜
영감(靈感)의 고갈은 곧 시적 지혜(詩的 知慧)의 결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적 지혜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영감의 옷을 입혀내는 고귀하면서도 형이상학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꿈의 세계를 현실 세상에 배치하려는 주술사의 주문과도 같은 몽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그러한 몽환에 취한 감상만이 이성의 경화 작용으로 굳어지고 거칠어진 현실에서의 삶을, 숨 쉴만한 숲으로, 쉬어갈 만한 물가로, 부슬부슬 비 내리는 들판으로 인도하는 반작용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어항 속 갇히기
세상의 지식이란 게 아무리 쌓아 올린다 한들, 선술집 즐비한 뒷골목 구석의 허름한 횟집 앞에 놓여 있는 퍼런 페인트 칠 입힌 네모난 어항 안을 유영하고 있는 물고기의 뻐끔한 눈빛 같을 뿐이지 않을까.
어항 밖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늘 궁금하긴 하겠지만 체념해야 하고, 어쩌면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도 모른 채 훤한 불빛에 일렁거리는 비릿한 물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위안할 뿐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앞에 서서 부신 눈에 눈물이 고일만큼 한참을 지켜보다 보면, 그래도 눈 흘겨가며 기웃기웃 때란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보는 이의 착시 때문이거나 바람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혜가 밝아 보이는 것은, 뿌연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전설의 노랫소리에 스스로 눈꺼풀을 닫았기 때문일 수 있다.
닫힌 눈꺼풀 위로 조사되는 지혜는, 짙은 숲속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등불 같은 것이기에.
세 번째, 물길 거스르기
너의 그 지혜가 부럽다.
순응을 배우지 못한 나의 어리석은 삶에서도, 비록 그렇다고 인정해야만 하지만, 배울 것은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거친 물살을 거스르려고 퍼덕이는 연어처럼, 세상을 거스를 수 있는 본능을 타고났다는 착각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래서 늘 거칠고 좁은 물길을 찾아 나서는 어리석음을 지혜라 여기고, 세상살이는 험한 물살 헤치기일 뿐이라고, 할 만한 것이라고, 담배 연기 같은 주문을 건다.
지느러미를 퍼덕인다.
물살이 저기에서 내려온다.
조금 더 가면, 저기 저곳에 분명, 이 물길이 시작한 곳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다다르면 그것을 더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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