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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날개, 신화와 우화 사이에서

이카로스의 날개 또는 다이달로스의 날개, 신화와 우화 사이에서

대게의 경우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 중에 하나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속을 들여다보면 아비인 다이달로스(Daedalus)나 아들인 이카로스(Icarus)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의 땅을 살아갔던 존재였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신화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고대 그리스라는 특수한 지형에서의 신화적 요소가 가미된 설화 정도로 보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이야기에 따르면, 이카로스의 아비인 다이달로스를 두고 <헤파이토스>(라틴어: Hephaistus, 영어: Hephaestus)의 자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헤파이토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술·대장장이·장인·공예가·조각가·금속·야금·불의 신이며 로마 신화에서는 불카누스(Vulcanus)에 해당한다.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모자와 샌달, 아이기스 흉갑,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아가멤논의 지휘봉, 아킬레우스의 갑옷, 헤라클레스의 청동 딱따기, 헬리오스의 전차, 펠롭스의 어깨, 에로스의 활과 화살,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투구 등이 헤파이토스가 만든 작품들이다.(<위키백과>에서 [헤파이토스] 편)  

    

아무튼 다이달로스를 헤파이토스와 연관짓는 것은 다이달로스가 가진 재주가 뛰어남을 넘어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다이달로스가 가졌다는 그런 비범하기 그지없는 재주로 인해 그들 부자(父子)의 모험담이 마치 신화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던 다이달로스였지만 그의 행적에서는 어떤 신적인 능력이나 그것에 비견될만한 초자연적인 행위의 기록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설적인 미궁을 설계했다든지 하늘을 나는 날개를 만들었다는 것과 같은 뛰어난 기술과 손재주만으로 그를 신의 반열에 올려 놓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그런 탁월한 면들보다는 한 사람의 성인 남자로서의 행적이 그에게서 더듬어질 뿐이다. 따라서 다이달로스를 두고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인간의 눈에는 아주 놀라운 능력으로 보였던 다이달로스의 재주가, 신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게다가 그의 아들인 이카로스의 경우에는 아비가 애써 만들어 달아 준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특별한 행적을 발견할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 이야기는 그의 아들인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가 제작한 날개가 중심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었고, 막상 주인공인 다이달로스는 이야기의 변두리로 밀려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이조차 예기치 못했을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여러 가지 면들을 고려해 보면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는 신화가 아니라 ‘우화’ 또는 기껏 해봐야 ‘우화와 신화 사이에 낀 전설 같은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좀 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α ――――――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다이달로스는 비상한 머리를 가진데 다가 뛰어난 손재주까지 갖춘 기계 공학자이면서 토목과 건축 전문가이다. 그가 만든 여러 가지 장치에 대한 문헌 상의 기록을 근거로 보면, 물론 그것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이성적인 관점에서 기록된 것들은 아니지만, 그를 위대한 발명가인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년 2월 11일 - 1931년 10월 18일)이나, 이탈리아의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해부학자, 지리학자, 음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년 4월 15일 - 1519년 5월 2일) 보다 몇 단계를 넘어선 polymath(박식한 사람,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눈이 부실만큼의 능력을 가진 탁월한 공학기술자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다이달로스의 행적과 능력을 기술하고 있는 여러 문헌들을 살펴보게 되면 그가 가진 공학적 지식과 기술은 말문이 막힐 만큼이나 놀랍고 대단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살펴보면, 그 안에서 ‘신화적’이라 할 만큼의 신비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굳이 그의 능력에 대해 문자를 빌어 정리하자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사물을 세밀하게 살피고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를 자신이 가진 손재주와 기술을 통해 현실 세상에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장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분명 다이달로스의 이러한 기법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혹시 고대 그리스의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이달로스의 명함을 받아 들게 된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만큼이나 다채로운 직업이 그 사각의 물체 안에 길게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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