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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란 무엇인가

우화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우화(寓話)를 ‘(문학)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우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동물 또는 사물)이어야한다. 

과연 그럴까. 혹시 잘못된 정의이거나 축소내지는 오염된 정의가 아닐까. 

국어사전 또한 사람이 집필한 것이기에 집필하는 이의 지식의 정도와 시대적 배경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의 부적합한 부분 또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우화에 대한 정의가 바로 이런 경우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1895년에 캐나다 선교사이자 장로교 목사인 제임스 게일(James S. Gale·1863년~1937년)이 번역해서 소개한 <천로역정>이란 작품을 들 수 있다. 

<천로역정>(天路歷程, 영어: Pilgrim Progress)은 17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침례교 설교가인 존 번연의 작품 중 하나이며 등장인물들에게 수다쟁이, 게으름, 허영, 그리스도인과 같은 이름을 붙인 ‘우화 형식’의 종교적인 소설이라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종교적 교훈을 주기 위해 집필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기독교인들이며 그들은 당연히 사람이다. 


우화의 영문 단어는 fable이며 그 뜻은 ‘꾸며낸 이야기’이다. 

물론 우화의 대부분이 동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에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우화 형식’ 또는 ‘우화 같은’이란 다소 변형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영영사전에서는 fable을 'a short story, typically with animals as characters, conveying a moral.'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전형적(typically)’이란 부분이다. 

전형적(典型的)이란 것은 ‘어떤 부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란 뜻을 가진 표현이며 ‘일반적’이라든가 ‘대게의 경우’라는 표현들과 그 뜻이 닿아 있다. 


우화에서 동물이나 사물이 주인공인 것은 전형적인 것이기에 결정적(decisive)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또한 conveying은 ‘(생각·감정 등을) 전달하다[전하다]’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가 포함된 문장 ‘conveying a moral’을 통해 우화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문장을 통해 ‘도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그것을 듣는 사람 또는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가 우화라고 정의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국어사전에서는 우화를 ‘동물이나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는 사전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그렇게 된 이유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Aesop’s Fables)가 바로 그것이다. 

우화의 대표 격인 <이솝 우화>가 어떻게든 우화의 정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사실 많은 우화들이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우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화를 ‘주인공이 사물이나 동물인 짧은 이야기’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의 정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원래 하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어쨌거나 우화는 ‘대중에게 도적적인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짧은 이야기.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주로 사물이나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음.’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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