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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추락, 사건의 목격자들

이카로스의 추락, 사건의 목격자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가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때, 지상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낚싯대를 드리운 어부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선 목동, 그리고 쟁기를 잡고 선 농부’는 필시 그 두 사람을 신으로 여겼을 거라고 한다. 

하긴 그날 그들 부자의 비행이 있기 전까지, 하늘을 나는 행위는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당연히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상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세인들의 경배에 도취되었기 때문인지, 또는 하늘을 날게 되었다는 ‘비행의 환희’가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여느 젊은 사내자식 놈이 그러하듯 아비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으로 인한 것이었든지, 아무튼지 간에 아비가 미리 숙지시킨 주의사항(또는 경고)을 지키지 않은(또는 잊어버린)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에까지 날아올라갔고,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날개의 깃털이 타버리게 되면서, 또는 깃털을 날개의 구조물에 붙인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깃털이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서, 결국에는 바다에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카로스는 하늘을 난다 것이 격발 시킨 환희로 인해 자신이 신일 수 있다는 ‘스스로의 경배’에 빠졌을 수 있다. 

이카로스가 그날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는, 그 행동이 돌발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었는지 또는 계획된 것이었는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자신도 우물쭈물 정확하게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간에 그날 이카로스가 하늘에서 떨어져 빠져 죽은 그리스 바다의 한 섬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이카리아(Icari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실은 어느 누구도 바다로 떨어지는 이카로스를 직접 목격하지 못했을 거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날의 사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이들 부자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이카로스가 추락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목격한 이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이카로스의 추락을 목격한 것일까.”    

 

이카로스의 추락은 아비인 다이달로스 외에는 제대로 된 목격자가 없는 사건일 수 있다. 

후대에 그려진 몇몇 회화 작품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이카로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묘사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당시 그 섬에 살고 있었을 어부나 목동, 농부는 필시 자신들의 생업에만 열중하고 있었을 뿐이지 하늘 높은 곳에서 발생한 한 사내의 추락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인 인간의 인지 능력이 과연 까마득한 하늘에서 일어난 추락 사건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또한 여기에서는 오비디우스가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의 비행을 목격한 것으로 언급한 인물들이 '정치가나 군인, 사제나 철학자'와 같은 당대의 지식인 계층이 아니라 '어부와 목동과 농부'와 같은 대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에 와서는 다를 수도 있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 있어 대중이란 무지하기 짝이 없고, 그들이 따를 우상이 반드시 필요하고, 당근과 채찍과 같은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 인간의 무리를 일컫는 단어였다.    

  

대중이란 당시에나 지금이나,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은 것을 부풀려 말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채색과 탈색, 왜곡을 일삼으며, 비록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이긴 하지만 그럴싸한 언변을 쏟아내는 이에게 떼를 지어 현혹당하며,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의 지배에 쉽게 휘둘리고, 자신의 주변을 보살피기보다는 주변으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주관을 객관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그것이 억지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무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오비디우스가 어부와 목동과 농부라는 당시의 대중을 이카로스의 추락에 대한 목격자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그 안에 숨겨져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 밤낮없이 육체적인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던 고대의 대중들이 하늘 높은 곳에서, 그것도 제대로 눈을 뜨고 있기조차 힘들 만큼 밝은 지중해의 하늘 위에서 떨어지고 있는 크지 않은 물체를 ‘날개의 구조물이 달린 어느 인간의 추락’이라고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날의 추락 사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다면 그 목격담에는 대중이 흔히 가미하는 과장과 허풍, 자신의 주관이 더해졌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카로스의 추락을 목격한 이들에 대한 오비디우스 문장을 그냥 받아들인다면 그 또는 그녀는 분명 ‘대중 독자’이며 그것은 오비디우스가 던진 현혹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진정한 독자의 책 읽기는 대중 독자의 책 읽기와는 달라야만 한다. 정황과 여건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사색이 대중 독자에 머물러 있던 책 읽기 습성을 진정한 독자의 책 읽기로 변신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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