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혜로운 존재인가.”라는 질문은 “모든 인간은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는 존재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는 것인가.”로 이어진다.
이 질문에 대해 고대 그리스의 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of Samos, c.570–c.495 B.C.)는 자기 스스로를 ‘지혜로운 자’(현인, Sophos)가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는 자’(Philosophos)라고 말함으로써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였다.
피타고라스, 라파엘의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에서
Pythagoras In Raphael's fresco <The School of Athens>
위대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조차 자신은 지혜로운 자가 아니라고 한 고백은, 비록 그것이 그의 겸손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혜를 추구하고 있는 수많은 후학들을 절망시키고 있다.
지혜로워진다는 것은 세상만물을 알고야 말겠다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며, 지혜에 관해서만큼은 결코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피타고라스의 비밀스러운 전언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혜에 관한 피타고라스의 이 고백은 그를 단지 한 사람의 위대한 수학자나 철학자에 머물러 있지 않게 하여 ‘현자(賢者)와 무한이 가까워진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아는 자’라는 칭호가 부여되게끔 만들었다.
‘진정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라 부를 수 있는 이는 피타고라스와 같이 ‘지혜와 무한이 가까워진 자’이기에 ‘진정으로 지혜를 사랑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지혜에 무한히 가까워진 자’가 바로 지혜로운 자인 것이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중에서 과연 누가 피타고라스와 같이 ‘현자와 무한이 가까워진 자’, ‘진정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라는 수식어에 어울릴 수 있게 된단 말인가.
아무리 한다고 한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단지 ‘지혜를 사랑하려는 노력’ 일뿐이기에 인간은 ‘지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
결국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게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기에, 피타고라스와 같이 아주 특별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어느 누구도 결코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혜를 사랑하려는 노력’만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생각하는 자, 생각하기에 능하려는 자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 우리가 짊어진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