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탐구’는 크게 이성적 관점에서의 접근법과, 감성적 관점에서의 접근법으로 구분 지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분 짓다’라는 표현의 의미는 “어떠한 기준에 의거하여 그 세부사항을 세세하게 구분 짓는다.”라기보다는 “큰 틀을 사용하여 나누어 담아 볼 수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고 할 수 있다. 큰 틀을 사용한다는 표현에는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그러하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정도’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기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우리가 우리 자신을 탐구하는 것에 있어, 이성적으로 접근한다는 것과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살펴본다.
첫 번째로, 인간을 이성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표현에는 철학적인 시선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려 한다는 의미와, 심리학적인 눈초리로 인간의 내면을 꿰뚫으려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러한 접근법들이 비록 ‘지적 수준이 아주 높은 소수의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이성적인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철학적인 접근이나 심리학적인 접근이 흔히 형이상학적 영역에 발을 담그기 일쑤라서, 결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여기저기 끼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어느 누구도 완전하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완전하게 이성적인 접근법 또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로, 인간을 감성적 관점에서 탐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자.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타인과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도 감성의 작용을 받게 되는 ‘감성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성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개인적이면서도 주관적이라서, 그 누구의 것도, 심지어 '가장 위대한 인간'이라는 수식어의 꾸밈을 받는 인간의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위험성이 따르게 된다.
감성이란 비체계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정형화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에서는 결코 다룰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감성적 관점에서의 인간 탐구는 그 결과가 소설이나 시, 희곡과 같은 문학의 형태로 표현되거나, 그림이나 조각과 같은 유형의 예술품, 또는 연극이나 영화 등과 같은 무형의 예술행위 안에 담겨 표출되게 된다.
이성적 관점에서나 감성적 관점에서나, 인간을 탐구한다는 것의 근본적인 이슈는 인간 자체의 불안전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은 결코 이성적이지 못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이성의 잣대를 ‘무한히’ 들이대는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불가해한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에게는 너무 너그러우면서도 타인에게는 너무 엄격한 지독히 이기적인 존재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 인간의 이성은 오직 그 인간만의 '개인적인 주관'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의 주관을 세상의 객관이라고 믿는 자연계에서 유일한 존재이다. 인간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믿고 싶은 것이기에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그래서 사실이어야 하는 것에 대해 결국애는 강한 믿음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 아주 신비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이성이란 오직 학자들의 입과 문헌상에서만 존재하는 단어일 뿐이고, 결코 현실세계에서는 찾아 적용할 수 없는 단어란 것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탐구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