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검정을 뉴욕을 대표하는 색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많은 색상 중에서 하필이면 ‘검정’이라니 그 참, 무언가 침침한 것이 잔뜩 묻어날 것만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이나 브루클린과 같은 시티지역의 주거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뉴욕의 거리에서는 유독 검정이라는 색상이 도드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뉴욕의 거리에서 만나는 이러한 검정에게 ‘뉴욕의 검정’이라는 애칭을 붙여 부르고도 있으니, 뉴욕에서의 검정은 침침함이나 우울함을 상징하는 색상이라기보다는 뉴욕의 삶을 나타내는 하나의 아이콘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왜 뉴욕에서는 유독 검정이 더 눈에 띄는 걸까.”
여기에 대해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뉴욕을 살아가고 있는 뉴요커의 입장에서 보자면, 뉴욕의 거리 곳곳에 땡땡이 무늬를 박아 놓은 듯 툭툭 던져져 있는 노랑이, 어떤 식으로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곧, 노랑에 줄 잘 선 검정의 영리함에서 어느 정도의 이유는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은 검정만큼이나 노랑이 넘쳐나는 도시이다. 뉴욕은 무채색의 도시이면서 또한 유채색의 도시인 것이다. 옐로우캡이며 신호등이며, 어둠이 내라는 저녁 무렵의 불빛이며, 노랑을 눈에 담지 않고서는 뉴욕의 거리를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한 장면
영화 <Breatfast at Tiffany>(1961)에서 검정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검정색 칵테일 드레스(a dress suitable at semi-formal occasions)를 입은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이 뉴욕 5번가의 대표적인 주얼리 샵인 Tiffany & Co.의 쇼윈도우 안에 전시되어 있는 컬렉션들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iconic) 장면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뉴욕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노랑과 검정은, 행여 눈이라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서로 데면데면 대하는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은 때가 되면 서로가 서로를 품어주기도 받쳐주기도 하는 것이, 마치 밤길을 덮은 어둠과 그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의 불빛과도 같이,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