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z Ko
불쑥 빈 곳을 비집고 찾아든 상념에게
괜스레 눈길을 주다가
지워버렸던 그것들을 더듬게 되는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날,
이름 잃은 겨울 사막을 걷는다
하늘과 땅을 가를 수 없는
하얀 눈의 사막에서
바람을 향해 드러낸 맨 살이
날카롭게 시리다
손조차 펴지 못하면서도
내려놓았다는 변명을 쏟아내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푸념 어린 종잇조각 같은 삶에
하얀 사막먼지가 내려앉는다
오아시스 없는 대지를
부르르 몸을 떨며 걷다가
눈 먼지 서걱대는 겨울기차역에 선다
철길을 따라 부유하는 바람은
남겨진 기억조차 하얗게 박제한다
온기를 찾아 길을 나섰건만
바람은 오히려 차갑고
가슴의 물기만으로는
겨울사막을 적시지 못한다
차마 비우지 못한 것이,
미처 채우지 않은 것이,
그것들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늦어진 오늘에야 알게 된다.
공연히 가슴 시린 오늘
겨울사막으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린다
하얀 눈바람 훅훅 흩날리며
덜커덕덜커덕 끼익 끼익
검은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