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z Ko(rev_122723)
물 빠진 바닷가 모래밭에
입자 굵은 하얀 안개가 내린다
저기 멀리에서 일렁이는
흑청의 긴 파도 띠가
얼굴 시린 바람길을 따라
떼 지어 몰려든다
길 잃은 포말 한 덩이
덩그러니 발아래에 남겨져 있다
이내 찾아온 사막바람에
일었던 포말이 사그라들자
회갈색 모래 알갱이 틈새에서
하얀 클로버들이 피어난다
사막 클로버 밭에 쪼그려 앉아
나지막이 머리를 떨군다
빙 빙 휘젓는 손바닥에
잎 넉 장 클로버 하나가 가만히 안긴다
겨울이 시린 마른 영혼에
물기 톡톡한 순백의 부적 하나가
행여 녹아내릴 새라 포근하게 스며든다
---------
오래전, 모래 알갱이 너르게 펼쳐진 곳이면, 버릇이었을까,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겨울 사막'이라 여기곤 했다.
그래야만 사막이 뜨겁지만은 않을 것 같았고, 겨울 없는 사막은 마른 흙먼지만이 날릴 뿐이기에, 행여 영혼조차 삭막해지는 일 따위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 내리는 바닷가를 혼자 걸어 다니는 느낌은 신비롭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결 맞지 않은 정장처럼 어색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 이물감이 눈 내리는 바닷가에서 마른 사막을 찾게 만든 것일 수 있다.
겨울바람에 갇힌 오늘 같은 날이면, 그곳 어딘가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다리가 저릴 때까지, 넉 장 잎 하얗게 피어낸 클로버를 찾아 가슴으로 안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