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이나 혈액형, 외모에 대한 편견과 같이, 자연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은 특정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사람에 따라 혹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인간의 편견이란 일차적으로는 선천적인 본능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이지만 학습과 경험 같은 후천적 요인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편견이란 ‘특정 집단에 대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를 말한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편견이란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상당히 관여되어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대개의 경우 편견은, 대상 그 자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 이의 직간접적인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것의 상호작용과 연상작용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편견은 개인적이기도 하면서 또한 집단적이고, 시대와 문화 및 지역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지극히 가변적인 속성을 품고 있다. 이렇게 보자니 편견은, 그 자체로서도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 다룰만한 줄기 굵은 주제임에 틀림없다고 볼 수도 있다.
영역을 조금 좁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술가의 편견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는 어떤 편견을 바탕으로 예술적인 행위를 행하는 사람인 것일까. 예술가에의 편견에서는, 심리학자나 일반인의 편견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찾아지지 않을까.
예술이란 물질계에 존재하는 재료를 통해 관념이나 추상, 현상에 대한 예술적 해석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비물질계를 회화나 문학 또는 음악으로 표현하는 정신적이면서도 영(靈)적인 행위이기에, 예술가의 작품 속에는 예술가의 개인적 편견이 담기기 마련이고 예술가의 이러한 편견은, 그것을 제대로만 다룰 수 있다면, 지적이고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극히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어쨌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상에는 인간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어쩌면 무한에 가까워서 헤아려볼 시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서재의 창을 향해 벽면에 붙어 있는 책상 위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갓 내린 진갈색 액체가 속 하얀 잔에 담겨 아직 높아지지 못한 이른 아침 햇살 같은 인공조명의 빛을 여과시키고 있다.
물질계의 재료인 커피는 ‘커피에 더해진 편견’의 연상작용을 거치면서 형이상학적인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갈색의 작은 웅덩이에는,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것과,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것,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것이 구분 없이 녹아들어 세월의 변색작용에 시간의 환영 그리고 개인적인 편견이 가해진 <추억>이란 이름의 형이상학적인 현상이 미세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by Dr. Franz Ko(고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