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의 출신지에 대한 고찰

카라바조의 출신지에 대한 고찰


다사(多事)했던 만큼 다난(多難)했던 것이 카라바조가 세상을 살아간 방식이었다.

그의 출신지가 어딘지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를 좇으며 그의 행적을 쫓아다니다가 보면 밀라노와 카라바조 같은 이탈리아의 북부지역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중심인 로마와, 나폴리와 시칠리아와 같은 남부지역, 그리고 바다 너머 몰타까지, 여기저기에서 그의 행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조금 더 깊이 그의 행적을 더듬다가 보면, 그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은 마치 바람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곳에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 속한다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카라바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 것이다.

카라바조는 오직 자신의 손끝으로 탄생시킨 그림으로만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려 한 것일 수 있다는, 깊고도 너른 사유의 바다로 돛을 올리라고 전언하고 있다.



밀라노, 카라바조의 태생적 출신지

카라바조는 밀라노에서 태어나 5살 무렵까지 밀라노에서 살았었다.

카라바조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이와 같이 아주 간결하다.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기에 “태어난 곳이 어디냐.”에 대해서조차 이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카라바조가 밀라노에서 살았던 시간은 유아기(유아기는 통상 2세부터 6세까지를 말한다.)에 해당한다.

따라서 카라바조의 유아기의 기록들은 밀라노의 외진 골목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터이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이와 같은 기록을 기반으로 카라바조의 태생적 출신지는 밀라노라고 여기지고 있다.



카라바조, 카라바조의 유년기와 초기 청소년기의 출신지

카라바조가 5살에서 13살 무렵까지 약 8년 동안 살았던 지역은 밀라노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 카라바조이다.

그곳에서 카라바조는 유년기(유년기는 통상 6세에서 8세까지를 말한다.)와 초기 청소년기를 보냈다.


학문적으로 보면 유년기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지식이나 본능을 익히는 유아기를 거친 뒤, 본격적인 교육이나 사회성을 습득하고 인격이 형성되는 단계를 말한다.

사람의 삶에서 유년기는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고 할 만큼이나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카라바조는 유년기에 막 들어선 6살 무렵에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였다.

당시 이탈리아의 북부지역을 휩쓴 페스트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둘이나 한꺼번에 빼앗긴 것이다.


성인 남자가 모두 사라진 16세기의 가정에서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13살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카라바조란 시골마을은 삶의 고단함과 죽음의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곳이었을 것이다.


카라바조가 카라바조라는 시골마을에서 겪은 어린 시절의 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 카라바조의 삶과 인격, 나아가 작품세계에 분명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쨌든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카라바조의 어린 시절의 출신지는 카라바조라고 할 수 있다.


밀라노와 로마, 화가 카라바조의 출신지

그리고 시몬네 페테르자노 화실에서 도제시절을 통해 그림을 익힌, 화가로서의 출신지는 밀라노이다.

하지만 도피생활을 이어가며 영원의 도시 로마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던 유랑자시기에 카라바조는 자신을 분명 ‘로마에서 온 화가 카라바조(로마의 카라바조)’라고 소개했을 것이다.


따라서 카라바조의 마지막 출신지는 밀라노나 카라바조가 아니라 로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화가 카라바조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그에게는 밀라노와 카라바조, 로마라는 세 개의 출신지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카라바조는,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 결국에는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게 된 지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카라바조의 화가로서의 행적을 들여다보게 되면 그는 ‘밀라노 출신’이라거나 ‘카라바조 출신’이라고 불리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당시 로마는 예술과 문화, 종교와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영원의 도시였고, 누구보다 더 로마에서의 성공을 갈망하였기에 자신이 ‘로마의 카라바조’라고 불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그렇게 남겨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화가 카라바조에게 로마는 삶과 예술 그 자체였으며, 집이자 살아가는 터전이었으며, 어떻게 해서든 돌아가야만 하는 영혼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화가 카라바조는 ‘미켈란젤로 메리시’라는 그의 본명이나, ‘로마의 카라바조’라는 그가 사랑한 곳의 지명이 아니라, 카라바조란 이탈리아 북부의 한 작은 시골마을의 지명만으로 예술사에 남겨지게 되었으니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카라바조의 화가로서의 출신지는 밀라노이면서 또한 로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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