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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rang Nov 25. 2020

목포 여행

봄을 찾아 떠난 여행

올해 초 강서희망나눔 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종사자의 업무소진 예방을 위해 힐링 프로젝트 '비움과 채움' 사업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봄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주제로 제출된 사업 계획서가 선정되어 미루고 미루다 10월 말이 되어서야 다녀왔다.(10/29~10/30)

사진 출처 :  김용대 '목포대교'

봄을 찾아 떠난 여행……. 봄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머문 곳을 떠나면 따스한 봄날이 있을 줄 알았건만 유달산을 비껴 치는 매서운 바람은 곧 겨울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코로나 19로 고생 많았다며 잔을 부딪치며 마신 맥주 덕분에 잠시 따뜻함을 느꼈지만 공허함을 채울 순 없었다. 왜 그럴까? 그건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오후에 목포항을 지나가며 본 녹슨 선박 하나 때문이다. 뱃머리를 제외하곤 녹 빛으로 변한 배는 6년 전 5000만 명의 봄을 찬물 깊은 곳에 묻어버린 세월호였다. 언젠가 한번 찾아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미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꼭 사과하겠다던 마음의 빚을 예기치 못한 순간에 조금은 갚게 된 것이다. 봄을 기다리다 봄에 머물러버린 수많은 꽃들은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되었다. 잔인한 4월의 꽃들은 희망의 봄을 찾으러 떠난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올해 전 세계를 비극에 빠트린 코로나 19는 국경을 닫게 하고 지갑을 닫게 하고 마음을 닫게 했다. 하지만 6년 전 비극 후에도 우리는 매 순간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 세월 동안에도 우리는 웃는 날이 있었고 생일도 꼬박 챙겨 가며 달콤함 생크림 케이크를 입술에 묻혔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19로 굳게 닫힌 세상을 살아가며 계속 힘들어하고, 주저앉아버리고, 슬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웃을 것이다. 그런 게 삶이고, 삶은 여행이고. 여행이 끝날 무렵 우리는 웃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여행의 한 부분일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이겨낼 것이다. 그 힘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면서 얻는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절벽 사이에 핀 꽃처럼 평안할 수 있는 힘을 서로의 존재를 재발견하며 다시 한번 얻었다.  


봄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지난봄을 떠올렸고 현재의 봄을 만났고 앞으로의 봄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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